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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회> 겁 많은 아이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5/23 [17:36]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학교에서 매해 실시하는 학생 구강검진 날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이를 잘 닦고 등교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조사해보니 이를 안 닦고 온 아이들이 몇 명 있습니다. 보건소 검진팀이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아이들이 이를 닦기 시작했습니다. 

 

 이 닦는 아이들의 모습이 부러운지, 집에서 이를 닦고 온 아이들까지 덩달아 이를 닦느라 아침부터 학교 수돗가가 시끌벅적했습니다.

 

 드디어 보건소에서 치과의사와 구강보건실 팀 직원이 도착해서 구강검진이 시작됐습니다. 제일 먼저 유치원 아이들부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어린데도 겁을 먹거나 우는 아이 없이 입을 잘 벌려서 구강검진과 함께 불소도포까지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초등학생들도 순서대로 진행됐습니다. 어떤 아이는 달콤한 딸기향 불소도포 액 냄새가, 토할 것 같다며 안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충치 예방 효과가 크기에, 잘 달래니까 순순히 응해서 전교생이 무사히 실시했습니다.

 

 문제는 `치아 홈 메우기`입니다. 

 

 1ㆍ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충치가 없는 영구치에 홈을 메워서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 처치를 해주는 것입니다. 

 

 구강검진과 불소도포는 교실에서 잠깐이면 끝나는데, 치아 홈 메우기는 이동용 치과 진료 차에 탑승해서 실시합니다. 양질의 치과 처치가 이뤄지는데, 차 안에는 치과의원처럼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유난히 겁이 많은 1학년 여학생 은솔이가 안 하겠다고 버텼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차 안 의자에 앉아서 차분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은솔이 할 차례가 돌아오자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화장실에서 오지 않아서 데리러 가려던 차에 드디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무서워서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안 무섭다고 달랬습니다. 먼저 했던 2학년 남자아이도 안 아프다며 입만 벌리고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은솔이 실내화에 이름 대신에 적혀있는 `공주님`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선물로 지급되는 칫솔, 치약 세트에 함께 들어있는 분홍 양치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은솔이에게 치아 홈 메우기를 하면 예쁜 분홍색 공주님 컵을 선물로 주겠다며 달래자, 바로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 칫솔 세트는 모든 학생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걸 모르는 은솔이는 분홍색 컵을 보더니, 바로 치과 진료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입을 크게 벌리라고 하자 입을 꼭 다물고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자, 입을 하마처럼 크게 벌려 보자." 

 

 입을 `아~` 하고 벌리라고 할 때는 무섭다며 안 하겠다고 하다, 잘 달래면 겨우 조금 벌렸다가 다시 입을 꼭 다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입을 하마처럼 크게 벌리자는 말에 순순히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동화책에서도 보고 동물원에서도 보면서 `하마`라는 동물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내가 동시와 동화를 쓰는 작가라서 아이들과 눈높이가 맞아 대화가 잘 통하는구나 하고 내심 뿌듯해지려는 순간! 아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안 하겠다며 고개까지 강하게 옆으로 저었습니다.

 

 크게 `윙~` 하는 석션 소리와 함께 치아 홈 메우기가 시작되자 아이가 겁이 난 듯했습니다. 치아 홈 메우기를 안 하면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혹시 신경치료라도 하게 되면, 이렇게 겁이 많은 은솔이가 얼마나 무서워하고 힘들어할지 생각하니까 어떻게든 달래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 아이가 겁을 먹는 것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상의를 해보고 싶어 은솔이 어머니와 통화했습니다. 아이가 무섭다며 안 하겠다고 한다고 상황 설명을 하자, 잘 달래서 꼭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선생님이 손을 꼭 잡아줄 테니 은솔이는 하마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만 있으면 된다며 다시 아이를 달랬습니다. 가녀린 아이 손과 내 손이 서로 힘껏 잡았습니다. 

 

 안 하겠다며 몇 번을 일어나는 은솔이를 달래며 드디어 치아 홈 메우기를 완료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겁이 많은 편이라서 은솔이처럼 겁이 많은 아이들을 보면 어떻게든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집니다.

 

 은솔이는 모두의 칭찬 속에 환한 웃음과 함께 분홍 양치컵을 가슴에 안았습니다. 은솔 공주님이 오늘처럼 작은 성공이 모여, 앞으로 겁나는 일에 마주쳤을 때 좀 더 씩씩하고 용감하게 도전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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