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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칼럼> 도량석(道場釋)
 
김재범 논설위원 도예가   기사입력  2023/05/25 [18:56]
▲ 김재범 논설위원 도예가     © 울산광역매일

 울주군 두산리에 자리 잡은 공방은 은퇴한 스님이 수행하는 토굴과 마주하고 있다. 토굴까지 거리는 백여 미터 남짓이니 마주 앉아있는 셈 처도 좋을듯하다. 그래서 `토굴`이나 `암자`보다는 `절집`이란 표현이 더 와 닿는다. 스님이 먼저 마을로 들어오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방을 그곳으로 이사했다. 차 길과 둘레길이 이어 지지만 농장으로 가는 세대를 제외하면 절집이 공식적으론 끝 집이다. 낮은 산세지만 산을 등지고 북향을 보고 절집은 자리를 잡았고, 뒤에 지은 공방은 남향으로 야트막한 산을 보고 앉아 마주 보는 사이가 되었다. 해발 100여 미터 절집 앞마당에 서서 경치를 구경하자면, 북동쪽으로 열린 하늘 그 아래 마을 집들이 알록달록 자리를 잡았고 그 위로 멀리서부터 두른 온화한 산색이 고즈넉하니 덮여있는 고을 풍경이 느껴진다. 그 맨 앞에 공방 2층이 솟은 듯 근경을 이루고 있다. 공방은 옛 다랑이 논으로 재자면 두어 배미 아래쯤 되지만 사무동이 살짝 올라 앉아있다. 

 

 그래서 못생긴 우리 집이 풍경을 어지른 탓에 속으론 살짝 미안한 마음이 생길 때가 종종 있다. 스님의 절집 하루는 새벽 3~4시(寅時)가 되면 어김없이 시작된다. 나에겐 모닝콜이 되는 셈이지만, 어떨 땐 밤늦게 작업하고 막 자리에 들었는데 터무니없이 빠른 콜(?)이 되기도 한다. 청명한 날 목탁 소리는 10리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티 없이 맑은 날 스님의 도량석은 코앞에서 두드리는 듯 귓전을 때린다. 전해지는 설에 붓다가 깨달음을 얻게 된 보리수나무 아래 금강좌(金剛座)를 당시에는 `도량`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런 문화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해지며 사찰 경내 전체를 도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도장(道場)`을 `도량`으로 읽는 것은 한국불교에서 한자의 음과 다르게 읽는 낱말 중 하나다. 소임을 맡은 노전 스님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몸을 청결히 하고 법복을 갖추어 입은 뒤 법당 다기에 찻물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그 날의 예경의식은 시작되며 그다음으로 단(壇)에 촛불을 밝힌다. 

 

 인시(새벽 3시~5시) 정각이 되면 어간이라 부르는 법당 정문 가운데 서서 목탁을 치는데 작은 소리에서 큰 소리로 오르내리기를 3번 그런 다음 각종 게송을 외며 도량을 순회한다. 어간을 출발하여 사천왕문을 한차례 드나든 다음 명부전과 관음전을 비롯한 도량 안의 모든 전각을 돌아 처음 시작했던 법당 앞 어간에서 마친다. 도량 안의 모든 이들이 도량석을 들으며 일어나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세상에 잠들어 있는 천지만물을 깨우고 일체중생이 미혹에서 깨어나게 한다. 도량석이 끝날 즈음 종송이 이어지고 법당 밖 종루와 고루에 매달린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등 사물들이 여법하게 울린다. `범종은 지옥계 중생, 법고는 지상계 중생, 목어는 수중계 중생, 운판은 허공계 중생` 그들의 해탈을 위해 치며 절의 분위기를 가볍게 흔들어 깨운다. 종송과 사물의 타종에 이어서 수행의 공식적인 시작이다. 아침 예불은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다게례(茶偈禮)로 저녁예불은 향을 올리는 오분향례로 올려지고, 밤 9시 잠자리에 들게 되면 승가의 하루는 막을 내린다.

 

 주말은 계묘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무지한 중생인 나야 칠 일 중 하루 거기에 하루를 더 등 붙이고 휴식할 수 있음이 곧 부처님의 가피라 말하고 싶다. 불기 2567년 봉축표어가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이다. "온 국민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부처님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글로 보아 없어도 충분히 이해될 말씀인데, 해설까지 친절하게 붙여 놓았다. 세상살이 경력이 늘면서 공교롭게도 `내 마음의 평화가 온 누리 평화`란 생각에 확신이 간다. 그러나 아직은 `느낌적인 느낌`의 세상이다. `기본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물` 너무나 평범한 말과 쉬운 해설을 곁들인 연유가 무엇이겠는가. 결론적으로 기본이 안 통하고 있다거나, 아직은 기본이 안 되었다는 의미심장한 가르침이 아닐까? 예컨대 승가에서 도량석은 예경의식(禮慶儀式)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은퇴한 스님의 토굴에서 울리는 도량석이 모든 중생을 일깨우는 시금석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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