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AP/뉴시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울산광역매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해산에 대해 국회의 회기 말에 걸친 정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고 NHK, 요미우리신문 등이 14일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일본 정치권에서는 해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야당 측의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을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막판 국회는 신경전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통상국회의 회기 중에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지에 대해 "언제가 적절한가. 제반 정세를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회기 말을 앞두고 여러가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어 정세를 잘 살피고 싶다"며 "현 시점에서 그 이상의 대답은 삼가하고 싶다"고 했다.

NHK는 "그동안 반복됐던 '지금은 해산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바꾼 셈이어서 여야는 해산 가능성에 함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는 해석과 함께 회기 말을 앞두고 야당 측의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을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입헌민주당 등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 움직임을 견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각 불신임안이 해산의 대의가 될지를 물었을 때 "답을 삼가하겠다"고 답변하는 데 그쳤다.

여권 내에서는 불신임 결의안이 제출되면 해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내각 지지율에 그늘이 드리워진 가운데 지금은 선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시다 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 앞서 자민당 본부에서 아소 다로 부총재,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만나 이 같은 여권 내 정세와 국회 대응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내에서 중의원 조기 해산론이 불거진 것은 5월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서밋)를 계기로 내각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경제도 호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후 기시다 총리가 보급을 서두른 일본판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카드'에 관한 문제가 속출했다. NHK 여론조사에서는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진 43%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 상승 기세가 떨어졌다.

요미우리는 "자민당 내에서는 마이넘버카드 문제가 잇따르고 내각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조기 해산에 대한 신중론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집권당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국회 회기 중의 해산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늘고 있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다카기 쓰요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13일 "좀 이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통상국회(6월21일 폐회)의 회기 말까지 일주일 남은 막판 일본 국회는 해산을 주시하며 여야 간 신경전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고위관계자는 불신임결의안에 대해 "중의원 해산 여부와 관계없이 정권 평가를 어떤 행동으로 제시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당 지도부는 방위비 증액을 위한 재원확보법안 등 남은 법안 심의 상황도 감안해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NHK가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해외 순방이 중의원 해산 여부를 가늠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7월 중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방문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사히신문은 "중의원 해산·총선거를 둘러싸고, 총리가 조만간 단행할지에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들은 주목하고 있다"며 "만일 7월에 선거를 하게 되면 외유로 며칠간 부재하는 사태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총리의 해산 판단을 가늠하는 요소 중 하나라도 외유 예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