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원고지에 풀어내는 후학사랑
지역초등교사모임 ‘초등국어교육연구회’
 
  기사입력  2004/10/07 [18:10]
지역초등교사모임 ‘초등국어교육연구회’

제자 아끼는 아름다운 마음 글로 표현
시·동화로 학부모-학생에 믿음심어 줘
회원 모두 국어교사 우리말 사용 앞장

후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을 동반해야 가능한 것, 특히 동심의 눈동자를 반짝이는 초등학교의 경우 더 그렇다.
혹자는 말한다. 교육계가 삭막하다고,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교육현장에는 따스함이 넘친다. 교사들의 이런 마음은 글로 잘 나타난다.
울산지역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울산초등국어교육연구회가 그 대표적인 예.
지난 97년 창립된 이 회는 회원간 자율연수,
연구발표대회 등을 거치며 이런 아름다운 마음들을 글로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60명의 초등교사 회원들로 구성돼 5권의 책을 펴냈다. 지난 9월 15일 발간된 책자 ‘그대에게 가는 길’을 통해 교사들의 글세계로 들어가 본다.
세기가 바뀌어야 올 인연인데
파랑새 찾아 길 떠나는 아이되어
하루는 바다에 가보셨나요 물어보고
산안개 걷히면 보일까 기다리며
목 끝까지 차오르는 그리움이 서성이다
즈믄 해 지고 나선 끝일까 했는데
눈부신 빛으로 내게 온 널 보니
살아온 뒤안길에 꽃비가 내리고
가만히 되짚어보면 순리대로 사는
게다
…참 아름다운 글이다. 2004년 교원 예능 경진대회 1등급을 수상한 삼정초 김은미 교사(울산초등국어교육연구회 이사)가 쓴 ‘해갈’이라는 시다.
교사들의 속마음이 이런질데 후학을 가르침에 어찌 한올의 부끄러운 실낱이라도 묻어 있을까.
약수초등학교 강수경 교사는, 이제는 폐교가 돼 버린 농촌 학교를 찾았다. 그는 ‘길 몰라 길 묻는 절절함으로 나, 여기 왔네. 녹슨 가슴 빗장을 여는 순간 거미줄에 목매단 국기에 대한 맹세, 긴 시간 삐딱해져버린 2의1, 하마, 낙타, 현무암, 셰일, 이순신 장군, 아직도 책 읽는 소녀…’라고 적고 있다. 사라져버린 학교와 잊혀져 가는 아이들에 대한 애뜻함이 스며 있다. 교사는 지난날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실과 교정을 둘러보며 정답던 그날을 회상하는 것일까? “아, 화석이 돼버린 사랑하던 시간. 그 사랑 찾아 나, 여기 왔네”라고 읊조린다. “종 흔들어 깨우는 이름속에 기억처럼 무성한 뜰의 푸름, 그리움… 처녀 선생님, 어디로 갔을까”하고 자조섞인 아쉬움도 나타낸다.
남부초등학교 송명숙 선생님은 동화를 적었다. 나팔꽃이라는 동화는 ‘내 이름은 나팔꽃입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나는 내가 생각해도 참 부지런합니다. 해님이 방긋 웃는 이른 아침에 나팔을 불 듯 활짝 웃으며 일어나는 나는 H초등학교 이층 교실 창가에서 꼬마 친구들과 함께 하루를 보냅니다’고 하며 동화를 시작한다. 학교에 피어난 나팔꽃으로 동화를 지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기발한 일이다.
병영초 안지영 선생님은 ‘첫 제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적었다.
이 수필에서 안 교사는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어느덧 중학교 2학년이 된 나의 첫 제자 스물 여명이 찾아왔다. 며칠전부터 몇 녀석이 안부를 묻는 내용과 함께 한번 찾아뵙겠노라고 문자를 보내 왔었다. 그래도 나를 기억하고 찾아온다는 그 녀석들의 마음이 고맙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마음 한 구석에서 부끄러움이 앞섰다…’
교사는 수필에서 첫 제자들이 찾아오면서 당시를 회상하고, 현재의 그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적었다.
이처럼 교사들은 글로 자신의 솔직한 마음들을 표현하며 학부모 혹은 세간에 믿음을 준다. 초보이기에, 어리숙하기에 더 아름다운 이도 많다.
이런 교사들의 모임인 울산초등국어교육연구회 강굉래 회장은 “이 글들을 모은 회지 ‘나랏말 ’그 다섯 번째가 ‘그대에게 가는 길’이란 표제어를 달고 이번 여름 출간됐다”며 “시든, 산문이든, 쉽게 쓴 글이던 힘들게 쓴 글이든 수록 작품 모두가 회원인 교사들의 모국어 구사능력과 국어 사랑 의지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피로 찍어 메꾼 원고지에 영혼이 울리는 작품, 두 눈 부릅뜬 독자들의 치열한 비판의식이 어우러져야만 국어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 교사들의 글을 모은 ‘그대에게 가는 길’은 우리의 모국어인 그대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다사로운 사랑의 오솔길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박석철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10/07 [18:10]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