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이제 편한 마음으로 지내시는 게 어떠세요. 이제 받아들이실 때도 됐잖아요…"
"아니요! 저희는 교육청 지원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괜찮습니다."
울산지역 동사무소에 등록되어 있는 장애인들 중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받기위해 울산시교육청 특수교육담당 박향미 장학사와 장애아동을 둔 학부모 간의 대화내용 중 일부이다. 박 장학사는 이러한 전화통화는 일상이라고 말한다.
 
▲‘장애’는 낙인?, 현대판 주홍글씨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거부하는 장애아동학부모들이 상당수 있어 장애아동들이 적절한 교육혜택을 누릴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특히, 이는 아직도 장애를 '낙인'이라 여기는 등 그릇된 고정관념이 학부모들에게 자리잡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울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울산지역 3세에서 17세까지 학령기 장애학생은 총 1689명으로, 특수교육대상자가 지난해 말 1350명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장애아동들은 미취학 상태이거나 일반학교에 다니는 경우, 그리고 연락이 두절된 경우, 주소는 울산이지만 부산 등지의 기도원, 절 등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들이다. 아마도 파악된 것 이상으로 특수교육대상 미신청 장애아동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미신청 아동들이 타 · 시도에 산재해있어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불가능할 뿐더러, 시설등지에서 어떠한 교육을 받고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경증이든 중증이든, 장애아동들이 장애특성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교육혜택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태들의 배경에는 미신청 장애아동학부모들에게 그릇된 인식이 팽배하고 있어, 이를 전환할 홍보강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장애를 낙인이라고 여겨, 특수교육대상자로 신청 하면 기록이 남을것을 걱정하는 학부모, 한 번 신청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부모 등 학부모들은 주변의 왜곡된 정보를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울산지역 특수교사들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주위에서 듣고 온 왜곡된 정보를 그대로 믿고 공신력 있는 정보에는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아 설득과정에 힘이 부칠 때가 많다"며 "울산에서도 예전에 비해 특수교육이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홍보 강화가 절실함을 느낄때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학사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신청을 하면 생활기록부 등 어느 곳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며 "단지, 방과후교육비(1인당 10만원)와 교통비를 지급키위해 담임 선생님 등 교육 관련자 몇 명이나 알 뿐, 기록은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언제 어느 때던지 장애아동의 상태가 많이 호전될 경우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취소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의 장애인식전환에 대해 교육청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장학사는 "아직도 장애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다며 신청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한다.
 
울산지역 특수교사들 사이에서는, 현대판 주홍글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 장학사에 따르면, 이는 울산뿐만 아니라 타 지역도 마찬가지라고. 박장학사는 이들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부유한 집안들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에서 장애를 지닌 자녀를 기도원이나 절 등 시설에 맡겨 포기하다시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울산지역 k 특수교사는 "자녀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지만 아직도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남을 의식해 자존심을 지키려는 학부모들도 많다"며 "이로 인해 장애아동들이 받아야 될 당연하고도 적절한 교육기회를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권승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