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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 스스로 놀게 하라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기사입력  2024/01/09 [16:26]

▲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놀이 중심 수업이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아교육 현장은 놀이 중심 수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이 그에 관한 준비로 분주합니다.

 

 놀이 중심 수업은 유아들이 스스로 놀이를 주도하고 누리과정의 5개 영역을 통합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며 또래 간의 상호작용을 증진시킴으로써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함양하는데 교육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 함양을 위해 유아들이 놀이를 주도하고’라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아이들은 처음 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해하기 때문에 놀거리로 받아들이고 배우기 시작합니다. 딱히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만져보고 경험하려 하며 때로 자기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 놀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 가진 능력과 주변의 모든 환경을 놀이를 통해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이 귀한 자원을 마음껏 활용한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른들로부터 주어지는 강요되는 놀이도구가 없었고 관여하거나 참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율적이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오랫동안 몰입할 수 있는 놀이를 통해 자란 세대입니다.

 

 땅, 풀, 나무, 물, 구름, 하늘, 계절도 그리고 인간관계도 놀이를 통해 터득하고 배워나갔습니다. 자연에 익숙해지고 자연을 이용한 놀이라면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의 이치를 배워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계절을 알고 계절에 알맞은 놀잇감을 친구들과 만들어 내는 그 익숙한 손놀림과 생각놀림을 한번 돌이켜본다면 새삼스레 유아 주도라는 말이 유난스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기성세대가 그렇게 했듯이 아이들이 논다는 것은 일상의 일이어야 합니다. 어른들이 주도해서 호들갑 떨듯이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친다고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강제적인 구조화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놀이 중심 수업이라는 교육부의 방침이 정해지면서 놀이도구를 교구로 만들고 판매를 하거나 그것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이 늘었습니다. 놀이와 교구가 합쳐지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놀이의 주도성을 돌려주는 일인지 재고해봐야 합니다.

 

 유치원 참여 수업에 참관할 기회가 있어 가보았습니다. 강의를 맡은 유치원 선생님은 핀란드의 놀이 중심 수업의 동영상을 보여주고 어떤 내용이냐고 질문하는 수업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일상이 놀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핀란드의 놀이 중심수업은 놀이 중심수업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을 놀이로 경험하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가가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즉 교사주도의 특별한 놀이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밖이든 안이든 자연스럽게 노는 것을 놀이 수업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어릴 때 골목이나 마당에서 놀던 놀이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소꿉놀이, 고무줄놀이, 마당에서 금을 그어가며 놀던 수많은 놀이들, 자연과 몸을 사용해서 자발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하면서 놀던 그 놀이들 말입니다. 그 놀이 안에는 자율성이 발휘되고 그에 따른 책임이 있고, 스스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무척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놀이 중심 수업이라고 교사가 특별하게 놀이를 고안하거나 기획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교사가 놀이 수업을 위해 기획하고 많은 준비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 그리고 집중력은 기대만큼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잘 준비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놀이의 모든 기회를 돌려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겠지만요. 

 

 그동안 체험학습 등 좋은 놀거리조차 잘 만들어진 교구와 준비된 학습 프로그램으로 모든 아이들이 같은 작업을 수행해 내도록 강요당하고 있었습니다. 무늬만 놀이고 실제로는 어른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놀이는 우리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 방식입니다. 혼자 계획하고 실패하고 거듭하는 속에서 다시 시도해보면 마음의 근육과 행동의 근육이 생깁니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를 경험을 통해 알게 됩니다. 자율과 책임과 집중력과 몰입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노는 방법을 아는 것은 행복한 재능이라고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자기 놀이들을 발견하는 기회를 돌려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자신이 저술한 책에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결국 기본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 모든 것을 다 경험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놀이를 찾아 공감 대화도 나누고 추억도 쌓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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