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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사회의 ‘밥’이 의미하는것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기사입력  2024/01/28 [16:34]

▲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 울산광역매일

 우리가 흔히 나누는 인사말 중에 `언제 밥 한 끼 하자`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을 나누는 사람들이 실제로 함께 식사를 하는지 않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에게 다정함을 표현하는 말이니까.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불편한 사람에게 쉽게 청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인사치레라 할지언정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까닭이다.

 

 요즘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재로 다르는 대상이 밥이다. 모르는 사람 집을 무작정 찾아가 밥을 청하기도 서먹했던 관계의 사람들이 함께 밥을 해 먹기도 한다. 또 낯선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막상 마음을 열고 함께 하는 식사 장면을 보면 알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한국 사회에서 `밥`이 지니는 의미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내포한다. 우리네 밥은 곧 소통이다. 마주 보고 식사를 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대화는 식사의 형태만큼이나 다양하다. 막 식사를 시작할 때는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음식에 대한 기호에서부터 가십거리 등 이야기의 모퉁이를 천천히 돌다가는, 이윽고 내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꺼내어진다. 그것은 상대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조언이 될 수도 있고, 고민을 털어놓는 기회일 수도 있다. 어쩌면 끝까지 가벼운 이야기들로만 채워지는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경중을 떠나, 서로 마주 앉은 가운데 나누는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따뜻하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거부감이 없는 가운데 배움 역시 일어난다. 예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이 곧 가정의 인성교육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학창 시절 배운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가운데 대화하고 공감하게 하는 우리나라 전통의 교육 방식 중 하나이다. 특히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시간적인 여유가 태부족해진 현대의 사회에서 그나마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이미 수많은 학술자료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유아의 인성이나 언어 발달에서부터 중학생의 사회성이나 도덕성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영양을 채워주는 시간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많은 논문에서 밝혀졌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규칙적인 식사 시간에서 가정에 대한 안정적인 애착을 느낀다. 또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사회적 행동을 학습하는 한편,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사고의 틀을 확장할 수 있다. 급속한 신체 발달이 이루어지는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갖추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의 소통 부재 문제도 해결하기도 한다.

 

 또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꼭 교육적 효과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식사 자리에서 가족이 간간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빈 컵에 물을 따라 주면서, 부족한 반찬거리를 꺼내어 놓고, 혹은 다 먹은 그릇들을 정리하면서. 식사의 과정에서 가족들은 정을 나누게 되고, 따뜻함과 안정감, 행복감을 한껏 느끼게 된다.

 

 최근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인성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 당국이나 일선 학교들이 다양한 인성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마지막 큰 매듭은 역시 가정이 함께해야 풀수 있다. 가정이 함께하는 가운데 인성교육의 목적이 비로소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인 깊은 대화, 나눔의 시간은 사랑하는 가족과 따뜻한 밥을 함께하면서 행복을 나누는 자리. 여기선 한 사람의 인성뿐만 아니라 어휘력, 사고력, 교양까지 고양할 수 있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명목을 처음부터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이유다. 바쁜 생활 속에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과 화목하게 식사 시간을 함께 것은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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