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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거꾸로 세상속으로
 
김미옥 시인   기사입력  2024/01/29 [17:23]

근린공원 산책코스

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길인데

어쩌다 역방향으로 걸음 바꾸었더니 갑자기 낯설다

개구쟁이 시절 나란히 엎드려

가랑이 사이로 바라보던 

그 동심의 거꾸로 세상처럼

 

두 개의 조각상으로 

몇십 년 마주 앉아 밥 먹는 사람 

늘어진 고무줄같이 탄력 없는 날들이다

빛바랜 셔츠처럼 시들해져서는

뭔가 없어? 오래된 접시라도 깨뜨려 볼까

사금파리로 반짝일 뜻밖의 풍경이 그리운 거라

 

시각을 달리하면 일상도 새롭게 다가오는데

아이처럼 물구나무설 수도 없는 노릇이니

물푸레나무 가지 물고 내 몸을 새파랗게 물들여 볼까

‘달과 6펜스’나 읽고 

고갱의 그림 속으로 녹아들어 갈까 

창밖 절정의 초록마저 권태를 부추기니 

오늘은 번지점프하듯 나를 거꾸러뜨리고

익숙한 풍경의 뒤통수에 

구찌의 꿀벌 팔찌를 박아버릴까 

 

거꾸로 세상 속으로 나를 던지고 싶다

 


 

 

▲ 김미옥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어린 시절 엉덩이를 올리고 엎드려 가랑이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본 경험은 누구나 한두 번쯤 있으리라. 그렇게 거꾸로 서서 사물을 쳐다보면 묘하게도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진다. 단 하나의 동작으로 전혀 다른 세계로 빠져든다고나 할까. 이런 단순한 행동에서 발현된 새로움의 시각을 시로 옮겨 놓았다. `근린공원 산책코스/ 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길인데/ 어쩌다 역방향으로 걸음 바꾸었더니 갑자기 낯설다` 이런 행동은 일상적 초월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거꾸로 걷기 동작 하나로 우리네 느슨했던 삶과 팽팽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는 신화를 탄생시켰음인데, 예술이란 궁극적으로 낯설게 하기를 통해 삶의 원형을 복원하는 게 아닐까. 

 

 

김미옥

 

『에세이문학』 수필 등단 

『다시올 문학』 시 등단

동작문협, 한국시낭송치유협회 부회장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한국문협, 에세이문학작가회, 일현수필, 맑은내문우회, 

도봉시사랑, 토닥토닥 시발전소 회원

 

문학의집서울 시낭송대회 수상, 동작문학대상 수상

수필집 『숨어 피는 꽃』 『분홍 꽃이불』

시집 『종이컵』 『말랑말랑한 시간』 『귀 걸어놓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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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29 [17:2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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