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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밤기차
 
조명신 시인   기사입력  2024/02/06 [16:38]

 이미 헤어진 그 사람을 만나러 조치원역으로 가던 날이었어. 오래전 일이지. 밤하늘에 걸려 있던 달이 유난히 밝던 겨울이었어. 창가를 따라 달려오는 달을 놓치지 않으려고 동그라미를 그리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언뜻 눈을 떴을 땐, 승객들이 승강구로 몰려갔어. 심장이 마구 뛰었지. 나도 휩쓸려 내렸어.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수원역 매표소로 달려가

 

 `저기, 저기요, 실은 제가……`

 

 플랫폼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며 자판기 우유를 뽑아 마셨지. `맛있다`라는 말이 시나브로 나왔어. 

 

 후-

 

 오래전 일이지. 이십 년도 더 전의 이야기. 눈을 감으면 코끝 시리던 그날의 공기가 다가와. 밤하늘에 떠 있던 노란 달. 손바닥을 데워주던 흰 우유 한 컵. 밤이슬 내린 돌바닥을 가볍게 뛸 때, 쏟아지던 건, 숨인지 안도인지 원망인지도 모를 것들. 오래전의 일이지. 이십 년도 더 된

 

 눈을 감으면 여전히 누군가는 그곳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조명신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오래전, 이십 년도 더 전의 이야기는 아직 마음 한 켠에 남아서 울컥하기도 한다. 그건 그리움이고 못다 이룬 사랑이기도 하다. 그런 추억 한 자락이 마음에 있다는 것은 늘 뭉클하게 살아가게 한다. 밤기차를 타던 그 시절이 가끔은 다시 왔으면 한다. 그런 두근거림으로 살고 싶다.

 

 

조명신

 

1980년 전북 김제 출생.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2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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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06 [16:3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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