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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술의 둠스데이
 
문정영 시인   기사입력  2024/02/07 [17:17]

  나는 매일 술을 조금씩 먹고 자랐다

 

  서른 마흔 그 이상의 나이를 먹으면서도, 좁은 이마에 띠를 두르고 달리기하면서도

 

  술병 뒤에 숨어 먹거나 독작하였다 

 

  어떤 것이 사라질까, 두렵지 않다 술잔에 이야기하였다

 

  폭음을 싫어한다는 말에 꽃잎이 혼자 웃었다

 

  지구의 종말은 비둘기가 먼저 알 거야

 

  뱉어놓은 술 찌꺼기를 가장 많이 먹는 짐승은 위대하니까

 

  간에서 자라는 물혹들이 가끔씩 물었다

 

  내가 자란 만큼 술은 사라졌는가, 아니 빙하가 녹는 속도를 묻는 게 더 빠를지 몰라

 

  나는 매일 불안한 공기를 뱉으며 키가 줄었다

 

  내 몸속에 들어와 숨쉬기 곤란한 질문이 이별이었을까

 

  내가 놓아버린 저녁을 감싸고 있는 술잔들이 따듯해졌다

 

  이제 좀 더 놓아버릴 것들을 찾아야겠다고 실언했다

 

  더는 당신이라는 말을 술병에 담지 않겠다고 

 

  자정 지나 혼잣말하곤 했다 

 


 

 

▲ 문정영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술을 좋아하고 술에 대한 예찬을 즐긴다.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마시면 어떤 종말이 올까.

다만 취하지 않고 주사를 하지 않은 경지에 이른다면 이별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자주 실언을 한다. 이별도 그리하여 시작되는 것, 조금씩 아껴먹는 법을 배워야겠다. 종말이 오기 전에. 

 

 

문정영

 

19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만큼』, 『꽃들의 이별법』, 『두 번째 농담』 등

동주문학상 대표, 계간 『시산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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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2/07 [17:1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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