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은 양말에서 튀어나오는 코끼리 메아리
울타리를 넘어보려고 형과 나는 깡통을 돌린다
형은 짝짝이 양말을 좋아하고 뒤집은 양말을 돌리면
코끼리가 섞이고 절벽과 내가 마구 섞이고
튀어나오는 불똥의 속도는 어지러워 형과 나는 공을 찼다
불통처럼 양말을 뒤집어쓰고 형은 말했어
정복되지 않은 세계는 없을 것이라고
공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은 형처럼
짝이 맞지 않은 양말을 뒤집으면 코끼리가 튀어나올까 봐
양말에서 상상만 하고 있었지
엄마가 양말을 던져주며 뒤집을 수 없는 세계라 말할 때
형과 나는 울고 말았다
여전히 공 따윈 믿지 않은 형과 양말 따윈 믿지 않은 내가 깡통을 돌리고
엄마는 뒤집은 양말을 돌린다
불똥이 양말에 구멍을 낼 때
울타리 안에선 불통이 되풀이되고
<시작노트>
아무리 노력해도 뛰어넘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양말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요. 그것이 양말의 세계, 울타리의 세계, 불통의 세계이지요. 절망의 연속으로부터 좌절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튀어온 불똥이 양말의 세계에 내줄 `구멍`을 기다리며 꼰지발로 울타리 밖을 내다봅니다. 까치가 전해줄 詩 선정 같은 소식, 정복되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기다리면서요.
수 경
2020년 《시인광장》 신인상
시집『딸기독화살개구리』
2023년 경기문화재단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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