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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정월대보름
 
정하선 시인 시산맥 회원   기사입력  2024/02/19 [16:28]

▲ 정하선 시인 시산맥 회원  © 울산광역매일

 정월대보름. 말만 들어도 마음속이 환해진다. 정월대보름은 8월 한가위인 추석과 더불어 달이 밝은 명절이다. 정월대보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만월이다. 8월 추석 하면 떠오르는 것 또한 만월이다.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맑아야 좋다고 하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이유다. 올 설은 비가 와서 질었다. 보름은 맑았으면 좋겠다. 석이나 보름에 비가 오면 보리가 익을 때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보리가 익을 때 비가 많이 오면 보리농사는 파농을 하게 된다.

 

  정월대보름에는 민속행사들이 많다. 논두렁을 태워 해충을 없애는 쥐불놀이를 한다. 마을의 안녕을 비는 당산제를 모신다. 바닷가 마을에서는 풍어제를 지낸다. 마을의 안위와 국가의 안위를 빌고 일 년 내내 풍년이 들기를 빌고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나 굿거리 등의 행사가 많다. 설부터 날리던 연에다 액을 실어 멀리 날려 보낸다.

 

 열나흘 날은 온 집안을 청소해서 불을 태운다. 저녁에는 오곡이 들어간 잡곡밥을 하고 아홉 가지의 나물을 해 먹는다. 

 

 어릴 때 바가지를 들고 이웃집을 돌면서 밥이나 반찬을 얻어다 도구통(돌절구) 가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먹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는 그러면 일 년 내내 좋다고 부잣집이나 가난한 집이나,를 막론하고 그렇게 하였다. 빈부귀천 없이 여러 가지 음식을 나누어 먹기 위한 풍습이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보름날은 더위를 팔기도 하였다. 아침 해뜨기 전에 이름을 불러서 대답을 하면 ‘너 더위.’ 한다. 그러면 여름에 내 더위가 그 사람에게로 간다고 하는 놀이다. 이름을 불렀을 때 대답을 않고 대신 상대가 ‘너 더위.’ 하면 그 사람 더위가 오히려 내게로 온다. 남에게 바가지를 씌우려 하면 오히려 내가 잘 못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이 그 속에도 숨어있는 것 같다.

 

 보름날은 찰밥을 시루에 쪄서 김에 싼 노적 밥*(주먹밥)을 먹는다. 아주 크게 싼 찰밥 김밥을 성주에 차려놓고 쌀독 위에도 놓아둔다. 그해 농사가 잘되기를 비는 풍습이다. 이 큰 김밥은 저절로 마르면서 더 맛이 있어진다. 기억에 2월까지도 먹었던 것 같다.

 

 아침에는 물을 먹지 않았다. 물을 먹으면 모내기하는 날 비가 온다고 하였다.

 

 가족 모두 귀밝이술을 먹었다. 보름날 아침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귀밝이술을 먹었다. 비루먹지 말라고 생선을 먹었다. 꼬막을 가족 모두 빠짐없이 까먹었다. 꼬막을 까먹어야 나락이 또록또록(쭉정이 없이) 영근다고 먹은 것이다. 이런 풍습은 남부지방의 풍습이다. 

 

 내가 어릴 때는 물론 인천으로 이사 올 때까지도 남부지방에서는 호두, 땅콩, 밤, 잣, 등을 부럼으로 먹는 풍습은 없었다.

 

 중부지방에서는 부럼(밤, 호두, 땅콩, 잣 등)을 먹는다는 것을 인천으로 이사 와서 알았다. 다만 오곡밥이나 여러 가지 나물이나 귀밝이술을 먹는 것은 남부지방이나 중부지방이나 같았다.

 

 아마도 그 지방에서 생산은 되되 평소에 잘 먹지 않은 음식을 먹어서 영양보충을 하려 내려온 풍습이라고 추측을 한다. 겨울에 보충하기 어려운 비타민을 보충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채소 나물을 먹었으리라 생각을 한다.

 

 액 막이 연을 날려 보내고 윷놀이를 하고 모주 떨이 매구를 치고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등 불놀이를 하였다. 주로 보름에 하는 놀이나 행사들은 액을 쫓아내고 무사안일을 비는 행사들을 하는 날이 정월대보름이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가면 설 명절이 다 간 것이다. 보름이 넘으면 농부들은  들일을 시작하고 어부들은 바다로 나간다.

 

 내가 kbs황금연못에 출연하면서 알게 된 보름풍습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보름 안 날 저녁에 부잣집 마당의 흙을 훔쳐다 부엌 아궁이에 바르면 부자가 된다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옛날 화면을 보니 담을 넘어가서 부잣집 마당의 흙을 파다가 아궁이에 바르는 화면이 있었다. 그때는 종로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강남 부동산이 비싸니 강남의 아파트 앞 땅을 파오면 될 것 같다. 

 

 올 정월대보름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으면 좋겠다. 온 나라가 무사안일하고 전국에 풍년이 들도록. 

 

 

*노적 밥 : 김을 자르지 않고 온 장의 김 1장이나 2장에 찰밥을 싸서 만든 아주 큰 김밥

 

 


 

 

 

전남 고흥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 수료 

1995년부터 작품활동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재회』 월간문학출판부

『한 오백년』 월간문학출판부

『그리움도 행복입니다』 예지북스 

『무지개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 

『새재역에서』 시산맥

『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 전자책, (시집 ‘재회’ 수정본). 타임비 

『가볍고 경쾌하게』(시산맥사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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