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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워싱턴 문인협회> 인류 물리학
 
김은국 시인   기사입력  2024/02/21 [16:34]

▲ 김은국 시인  © 울산광역매일

 한 해(year)를 넘기면 새-해(sun)가 된다. 이른 설날 새벽, 수평선을 올라오기 시작하는 저 해가 새롭게 보인다. 특별하게 보인다. 하지만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둥근 것도 작년과 같고 홍안을 닮은 강렬한 색채도 다를 바 없다. 따지고 보면 태양은 지구 앞에서 태양답기 위해 가만히 서서 이글거리며 잘 난 척만 하는 것 같다. 자신이 일 년 동안 저 동쪽 바다 밑에서부터 올라 온 것처럼 내 앞에서 연기를 하면서 말이다. 알고 보면 태양이 새해 아침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하루를 제자리에서 돌고 일 년을 인내로 이탈하지 않고 공전해 준 덕분이다. 태양을 퍼 올리기 위해 육중한 몸체를 돌리면서 성실히 일한 지구는 얼마나 피곤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편찮다.

 

 지구뿐만 아니라, 지구의 삶이 원래 피곤하고 지치고 고달프다. 다람쥐처럼 우리는 일정한 시간과 공간으로 얽힌 쳇바퀴 속에서 산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으로 오후에는 퇴근해서 집으로 돌고 도는 일을 느낌으로는 365일 매일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어떻게 똑같은 일이 재미있다고 하겠는가. 그래서 지치지 않겠는가. 그런 데다가 몇 년마다 바뀌는 상사가 블랙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면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에서 여러 고뇌를 하며 지내야 한다. 더욱이 가정에서 자라는 자녀들이 사춘기에 들어가는 해에 빠지면, 아비로서 빛을 발현하지 못한 채 별똥별이 되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면초가라는 삶의 늪에 빠지게 되면 우리 아비들은 무엇이 필요함을 느낀다. 힘이 필요하다. 회사 계단을 오르는 장딴지에도, 물건을 나르는 팔에도, 컴퓨터 앞에서 숙어지는 거북목에도 힘이 필요하다. 어디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참 신기한 것은 이런 힘은 다른 곳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둑한 주머니에서 나오는 금전의 힘도 있고, 누구나 알아주는 유명의 힘도 있지만, 그것들은 잠깐이다. 돌고 도는 우리 아비들의 구두에 그 힘이 저축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타원 곡선을 따라 매일 돌다 보니, 원심력이 아비들의 가슴에 생긴다. 어렵게 하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열고 그들의 언어를 배워 나가며 이해하려는 힘이다. 특이하게 이 힘은 앞으로 나가려는 관성력을 가지고 있다. 소천하신 아버지가 그러셨다. “그래서 뭐? 그냥 사는 데 크게 문제는 없는데 뭐 어때”하고 무시하고 살다 보면 친구도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또 하나의 힘이 있다. 갱년기의 아비들을 지구로 당기는 힘이다. 중력이다. 사실 원심력보다 중력이 더 크다. 아비들이 발을 땅에 붙여 일상을 성실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원심력이 중력보다 더 컸다면 우리들은 부지런히 일상을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 나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 아이작 뉴턴은 자기에게로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 무슨 힘이 작용한다고 의문을 가졌었다. 그 해답은 지구 중심으로 이끄는 중력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다 있다고 했다. 남녀노소, 인종을 따질 것 없이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이 힘을 다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인은 모든 국민을 평화로 다스리는 힘이 있고, 교사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힘이 있다. 어릴 때, 신문을 돌리는 학생은 사회를 정확하게 배달하는 힘이 있었고, 환경미화원들은 새벽을 깨워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우리 모두 함께 모였을 때, 서로를 이끌어 주는 만유인력의 힘도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각자가 소유한 무게만큼의 힘으로 서로를 덮어 주며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힘이 모이면 그것이 사회와 국가를 돌리는 에너지가 된다.

 

 에너지를 논하려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해야 한다. E=mc². 즉, 같은 마음으로 화합이라는 질량을 늘릴 때 우리의 에너지도 커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화합의 무게가 인류의 에너지가 되고 그 에너지가 분리와 억압의 질량을 풀어내는 수단이 된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인류가 진보할 수 있는 역량이 보존될 수 있는 유일한 방정식은 화합이라는 것이다. 화합은 질서를 낳는다. 몇 시간 전, 지나가 버린 작년에 질서를 깬 사건 사고가 많았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인질로 끌려갔다. 러시아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은 깊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올라간 물가 폭등, 총기 사건의 증가 등등 인류의 에너지를 소멸시킨 일들이 잦았었다. 

 

 수면위로 완전히 떠 오른 새로운 해의 붉은 얼굴을 본다. 지구는 매년 지금 떠오르는 태양과 화합하여 새 빛을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도 태양과 지구는 서로의 중력으로 연합해서 인류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포장되지 않은 선물을 다시 줄 것이다. 바다 수면을 본다. 거기에 어른거리는 새해는 바람을 타고 온 파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올해 자연은 인류에게 무엇을 알려 주려고 하는 걸까.

 

 시간과 공간은 결코 변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시공간이 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들어 보았는가. 시간이 휘어진다는 것은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시간 속도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가 우주의 시간의 속도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내가 알고 있는 공간이 휘어져서 다른 곳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아래에서는 각자가 알고 있다는 절대적인 진리가 진실이 아닐 수 있고 또 알고 있는 진실이 변할 수 있다. 올해는 절대적인 내 주장을 앞세우기 전, 경청하는 버릇을 들이면 어떨까 한다. 저 멀리서 광속으로 달려온 햇빛도 우주 중간에 있는 수 많은 행성 때문에 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곁길로 가지 않고 지구까지 새해에 도착한 햇살은 지구처럼 참으로 성실하다. 삼라 만상에 생명의 복을 나누어 주기 위한 법칙을 절대 잊지 않고 올해도 역시 방문해 주었다. 나도 올해 그들처럼 매일 돌고 떠 오르는 일에 쉬지 않으련다.

 


 

 

 

대구 출생

Temple 대학교 약학과 졸업

2020년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21년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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