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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논단> 양성평등 구도 기존 틀 뛰어 넘어야
 
김미영 울산여성의전화 대표   기사입력  2024/03/03 [16:39]

▲ 김미영 울산여성의전화 대표  © 울산광역매일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 사람들이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기념해 온 세계여성의날이 오는 8일 116회째를 맞는다. 유엔 위민(UN Women)은 1996년부터 해마다 주제를 공표해왔다. 올해 주제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오늘의 성평등`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여성을 남성과 평등한 존재라기보다 발전되거나 개발되어야 할 존재로 치부했다. 지금은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 정부 당시 제정된 여성발전 기본법, 5공화국 초기에 만들어진 한국여성개발원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개발`이란 용어가 그런 흔적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시만 하더라도 현 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이 지난 민선 7기까지만 해도 울산여성가족개발원으로 불렸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에서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기본법 등 새로운 가치인 양성평등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과 여성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부조직법 개정에 반영되지 못한 채 존속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공식 영어 명칭에도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정부 기구, 여성단체 명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양성평등은 남녀평등 실현의 핵심 용어이고 그에 대한 담론은 한국 사회 근대성 지향에 중요한 나침반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거론하는 양성평등(Gender Equality)이 제도에서 비롯된 성차별을 시정한다거나 성별(들) 간의 평등을 의미할 뿐 결코 양성 간의 평등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양성 평등`으로 번역된 양성평등은 남성의 성 역할과 여성의 성 역할 위계를 비판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남성을 성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집에 가서 애나 봐라` `고추 떨어진다` `집에만 있기는 아까운 여자` `계집애 같은 놈` `남자 못지않은 여자` `여장부` 등에서 나타나는 인식은 남성을 우위에 두고 여성을 하위에 둔 여성비하 문화의 일면을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양성평등은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이 여성과 같아지는 것은 사회적 지위의 추락이나 못난 남자가 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때문에 여성의 `성(젠더)`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젠더의 작동에 대한 구조적 이해가 없는 양성평등은 남성에게는 반발과 오해를 불러오고 여성에게는 `허울뿐인 평등`에 그칠 수밖에 없다. 

 

 양성평등은 기득권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치를 완벽하게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남녀가 동시에 윈윈하는 게임일 순 없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이 남성 중산층과의 평등을 의미하다 보니 남성의 반발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자도 먹고 살기 힘든 판에 여자들이 끼어든다`는 그들의 논리가 결국 여성혐오로 발전한 것도 그런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

 

 요즘 상당수 남성들은 양성평등을 `원래 평등했는데 최근 들어 여성이 더 많은 특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원래 여성과 남성은 상호 호혜적이었는데 소수의 반(反)사회적 여성들이 등장해 남녀가 불평등하다고 저항하는 바람에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다. 

 

 1980년대 이후 여성운동의 이념으로 주도적 역할을 해온 양성평등 담론이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미소지니(misogyny, 여성에 대한 혐오) 현상을 통해 엉뚱하게 발현된 것은 양성평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에 `여자 일베, 미러링`이라는 또 다른 혐오로 여성이 폄하되고 있는 현상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다. 

 

 누구나 평등을 부르짖고 평등을 원한다. 하지만, 누구와 어떻게 평등해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양성평등은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남성이 평등의 기준이 될 경우, 여성에게 양성평등은 평등(平等)이 아니라 불평등이 정당화되는 새로운 잣대가 하나 새로 마련되는 것이다. 다가오는 116차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이제 우리가 남성이 기준이 되는 양성평등 구도를 사회 정의 차원에서 실현하기 위해 남녀 간의 위계를 다시 정립하고 성차별에 대해 철저히 저항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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