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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함께(for life)
 
노 강 시인   기사입력  2024/03/03 [16:50]

▲ 노 강 시인  © 울산광역매일

 원주교구 고 지학순 주교님의 강론에서 어린이들에게 장난감 총과 칼 대신 강아지 같은 생명을 선물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기억이 난다. 출산율 하락과 생명경시가 만연한 이 시대에 생각하니 예언자의 말씀이었다. 아이들이 총과 칼을 가지고 놀면 커서 전쟁을 할 것이고, 생명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니 폭력과 파괴가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었다. 60년~70년대 산아제한으로 하나 낳기 운동이 국가정책이었던 시대에 주장하신 말씀이었다.

 

 저출산 문제로 미래를 대한 어두운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농촌의 황폐화, 학교의 폐교, 지방 인구의 현저한 감소로 지방의 자립기반이 사라지고 노동인력을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에서 수많은 정책을 내놓고 10년 가까이 100조를 투자했지만, 통계에 의하면 2023년 통계청 기준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0년 연속 꼴찌 수준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저출산을 구조적 문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길게 보고 좋은 결실이 있길 빈다. 

 

 출산은 인간 생명을 낳는 존엄한 일이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로는 육아비, 교육비, 주거지 문제 등 경제적인 문제와 더불어 생명존중사상이 뿌리내릴 때 정책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생명과 반대되는 죽음의 문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낙태문제는 우선 남성과 여성의 공동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미혼모에 대한 보살핌이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소외받고 차별받는 여성의 편에서 측은지심의 마음을 가졌다. 교회에서조차 남녀평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현실은 여성에게 직장 일과 가사 외에도 아내, 어머니, 며느리 역할을 안기고 있다. 

 

 경제적인 논리와 더불어 편리함에 익숙한 지구인들이 저지른 범죄는 하늘과 땅의 오염, 바다의 오염,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 낙태, 전쟁, 폭력, 마약,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동물의 생명을 가지고 오락처럼 즐기는 투우, 투견, 투계, 소싸움 등은 근절되어야 한다. 유기견들이 보호소에서 일정 기간 입양을 못 가면 안락사로 죽는다. 작은 동물 하나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그 범죄는 다시 인간에게 닥칠 것이다.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여준다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이기에 안락사라는 단어조차 이 땅에서 사라지길 간절히 빌어본다. 

 

 생명과 환경의 문제는 지구인 모두의 문제다. 국가는 국민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부와 부모 자식이 사랑과 존중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학교는 인성과 질적인 교육으로 사제지간의 존중과 소통이 회복되어야 한다. 교단이 무너지면 희망이 없는 암담한 미래만 있을 뿐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경제 발전만이 우선시 되다 보니 철학도 없고 고등학교는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고 대학은 취업학원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다. 유치원서부터 환경교육과 생명의 소중함을 우선시하는 교육과 학교에서는 토끼나 유기된 작은 개와 고양이부터 키우게 하면 어떨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대로 함께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인간과 자연과 보살핌이 필요한 동식물들과도 공존한다면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나아갈 것이다. 불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로 정의하였고, 가톨릭은 보편적인 모든 이를 아우르는 생명존중으로 병들고 가난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하였다. 또한 수정과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태아도 생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교황 16세 베네딕토는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다. 

 

 나이 들면서 보이기 시작한 집 주변의 아픈 길고양이들과 유기견의 안락사 문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밭을 지키기 위하여 덥거나 추워도 묶여 있는 개들을 돌봐주다가 겨울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동물의 수명에도 관심을 갖다 보니 닭은 수명을 지켜준다면 10년을 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동물 도살에 사용되는 전기 감전의 잔인함보다는 수명대로 살다 간 동물을 고기로 하던지 고통 없이 도살하는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딸아이는 길을 가다 지렁이가 도로에서 꿈틀대면 그늘이나 숲속에 옮겨주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한 생명체와 함께 살아간다면 각박한 현실에서 물질적으로 얻을 수 없는 정신적인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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