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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서시序詩
 
박재옥 시인   기사입력  2024/03/07 [16:50]

고소한 방앗간 탈탈 터는 깻잎들아 

농약 치지 않아 구멍 뚫린 겨자 상추야 

풍뎅이 냄새 풍기는 고수 나물아 

 

야물게 잘 자라 주어서 고맙다 

너희들 덕분에 흡족한 한 쌈을 만들어 먹는다 

빗물과 바람과 햇빛의 기운을 받아먹는다 

 

밝은 것을 먹으니 몸이 밝아지고    

순한 것을 먹으니 마음이 순해진다 

 

자연에서 태어났으니 

자연에서 어울려 살다가 

자연으로 죽을 수 있기를   

 

나를 키워준 채소들아 

정 많은 이 땅의 푸른 어미들아 

 

 


 

 

▲ 박재옥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연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들과 산에도 자주 가게 되고, 길에서 만나는 나무 한 그루에도 관심 두게 된다. 나무의 상태는 좋은지 병든 곳은 없는지 더 자세히 보려고 한다. 길가에서 어떤 식물이 자라는지 꽃의 이름이 뭔지 찾아보기도 하게 된다.

 평소에 텃밭에서 갓 따온 쌈을 싸 먹는 걸 좋아한다. 비록 내가 키운 것은 아니어도 그것들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다가 남의 텃밭이라도 있으면 상추는 잘 크는지 파는 잘 자라는지 살피다가 발길을 돌리곤 한다. 이 시를 쓰게 된 날도 모듬 쌈을 싸 먹으면서 아삭아삭 채소가 씹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문득 우리를 살리는 것이 채소 같은 먹거리라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그래서 나의 서시(序詩)는 우리를 살리는 채소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먹어야 시도 쓰고 일도 하고 힘내서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이었다. 

 

 

박재옥

 

충북 청주 출생. 

2006년 ≪문학공간≫, 2014년 ≪문학광장≫ 신인상. 

시집 『관음죽 사진첩』, 『나무는 서서 죽는다』 발간 

<교단문예상>, <서울지하철 시 공모전>, <경상북도 문예현상공모전>, <행복한가주관 창작시쓰기 대회>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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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3/07 [16:5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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