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법과 울산 맑은물 공급을 위한 방안이 서로 상충되면서 수년 째 논쟁을 끌어오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울산시민들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는 맑은 물 공급 사업은 언제 시작될지 기약도 없는 반면 언양 반구대암각화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 1월31일 울주군 언양읍의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한반도에서 생활했던 인류의 높은 인류문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환영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울산시민 입장에서는 마냥 손뼉 치며 기뻐할 수만은 없다. 지난 30년을 반구대암각화 원형보존이라는 문화재청의 대명제에 갇혀 낙동강 원수(原水)를 끌어다 정수해 먹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술이 아무리 좋아졌다고는 하나 자연으로부터 얻는 맑은 물에 비할 수 없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대구나 구미 공단에서 폐수를 낙동강에 몰래 흘려보내다 들통이 났다는 뉴스가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곤 했었다. 낙동강 하류에서 물을 끌어다 먹는 울산시민 입장에서는 아연실색하며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그때부터 울산도 맑은 물을 먹을 방법을 찾았고, 가장 가까운 울산시민들의 식수원이 사염댐의 수위를 높여 맑은 물을 더 많이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문제는 만수위를 높일경우 사연댐 내에 있는 인류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겼다가 저위 때가 되면 드러나기를 반복하면서 급격한 훼손이 우려됐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인근 청도의 운문댐 물을 울산으로 끌어와 울산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자는 안이었는데, 이것도 지역이기주의에 막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남은 기대는 대구의 홍준표 시장이 제안한 `안동댐 맑은 물 하이웨이사업`이다. 이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울산의 맑은 물 공급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여기에 2천500억원을 들여 울산으로 운문댐 물 5만톤을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대구시의 하이웨이사업은 사업비 1조원 규모로 안동 직하류에서 대구 문산ㆍ매곡 장수장까지 총연장 110km 길이의 도수관로를 연결하는 것이 골자다. 울산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이 사업이 정상 추진되면 울산의 맑은물 공급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장관에게 해결책을 찾아보라 하였으니 조만간 어떤 소식이든 들릴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울산시민의 숙원이 되어온 맑은물 공급사업이 본격 추진 되길 기대한다. 국가와 인류라는 보다 높은 가치를 위해 울산시민은 맑은 물을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기 때문에 이제 유네스코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정부와 문화재청이 나서 울산시민이 맑은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