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광역 에세이> 뿌리에 대한 단상
 
유안나 시인 시산맥 회원   기사입력  2024/03/20 [16:48]

▲ 유안나 시인 시산맥 회원  © 울산광역매일

 3월이다. 태극기를 깃대에 꽂으며 그 뿌리가 한없이 뻗어가는 걸 상상해 본다. 아직 쌀쌀하다. 그러나 봄은 오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따듯해지고 꽃이 피겠지 생각하며 추위가 시작되는 초겨울보다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태극기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조금씩 펄럭이기 시작한다.

 

 3월즈음으로 티브이에선 국가란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 많다. 별의 시인 윤동주를 비롯해 유관순 열사의 다큐를 보면서 가슴이 저려온다. 보여주는 것 너머를 보면서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세월을 살고 있구나! 하는 다행스러움과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한없는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꽃다운 젊은 나이에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만큼 소중한 조국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나 자신이 그 상황의 그들이 되어볼 때 이해의 깊이는 더 깊게 느껴진다. M.스캇 펙은 삶이란 뿌리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식물과도 같다고 했다. 국가가 그럴 것이다. 뿌리는 속에 감추어져 있어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땅위에 나타난 부분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어떠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살아남는 것 그것은 뿌리이고 그 뿌리를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었다고 생각하니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진다.

 

 ‘로기완’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라는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한 탈북민의 얘기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훨씬 이해의 폭이 넓으리라 생각된다. 영화가 다 보여줄 수 없는 한 인간의 무국적 처지가 되는 과정과 뿌리 뽑힌 자의 처절한 처지를 따라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고, 보호해 주는 국가 없이 살아가야 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평소에 우리는 나를 증명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그냥 살아가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그러나 필요할 때 이 지구상에서 정말 나를 증명해 주는 사람이나 국가가 없다면, 어디에서고 살 수가 없고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없다. ‘디아스포라’ 얼마나 서러운 단어인가? 

 

 무국적자는 다양한 상황에 의해 생겨난다. 국가가 소멸함으로 인해 그 국민들이 승계국으로부터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고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여 수면 아래로 잠기는 작은 섬 국가들의 경우 국민 전체가 무국적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기에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 발짝만 넓혀 외국 여행을 간다거나 해외에 거주해 보면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로 구별 지어지고 내 조국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남편의 해외 지사 발령으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에게는 관심이 적은 나라였다. 아니면 한국전쟁과 가난에 찌든 지구 어느 구석에 있는 작은 나라로 치부하는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을 때, 일본인이냐고 먼저 묻고, 다음으로 중국인이냐고 묻고, 아니라고 하면 그럼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왜 그렇게 묻는가, 궁금했는데 일본인이나 중국인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으면 기분 나빠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의 경우 겨우 해외 지사 회사원의 가족이었지만 나의 행동 하나 나의 태도 하나가 내 나라의 품격을 대표하는 거로 생각하면 모든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서 보면 늘 우리나라는 뉴스거리가 많고 금방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렇다. 외국에 있으면 고국이 꼭 친정집 같다. 든든한 오빠들이 지켜보고 있으면 시집에서 뒷배가 되듯 고국에 좋은 일이 있으면 자랑하고 싶어지고 또 모든 일이 잘 되기를 기원하게 된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의 눈부신 발전으로 여행을 가면 어깨가 으쓱해질 때가 많고,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모범적으로 질서를 지키고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모두 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나라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며 예의를 지키고 조심하는 것이리라.

 

 우리나라의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조선 말기까지 거슬러 갈 수 있다. 그때는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생존을 위해 떠난 사람들이 많았고 징용이나 징병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 사람들도 많았다 광복 이후 그대로 그 지역에 머물게 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부터는 생존을 위해 각지에서 한인사회를 형성하여 살고 있다. 그들도 로기완처럼 힘든 삶을 살았으리라. 현재 730만 명 이상의 재외동포가 ‘뿌리’를 가슴에 새기며 전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같이 그들의 ‘뿌리’가 흔들림 없이 강고하고 번창하기를 바랄 것이다.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문창과 졸업

2012년 애지로 등단 

2014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수혜

시집 :  『당신의 루우움』 

시집 :  『내가 울어야 할 때 누가 대신 울어주는 건 더 아파요』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4/03/20 [16:48]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