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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선거를 앞두고
 
김현숙 시인   기사입력  2024/03/28 [16:47]

▲ 김현숙 시인  © 울산광역매일

 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계절을 T.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다. 그렇다. 올 4월은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다. 여성 유권자에게 투표권을 준 사람도 소작농 폐지를 한 사람도 이승만 박사라고 하는데 73세라는 늦은 나이에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그를 초대 대통령이라고만 알지 존경하지는 않는다. 누가 알아달라고 그런 일은 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공과는 말하지 않아도 영원히 기록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선거를 편 가르기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거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정말 선거철은 선거철인가보다. 오늘 오전 11시 미사를 가기 위해서 성당 입구에 갔을 때 선거 유세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때만 되면 찾아오는 철새 같은 선거꾼들이 반갑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젊은 출마자에게 “40대인가 봐요? 나는 40대는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선되시면 열심히 일해주세요.”라고 쌀쌀맞게 말을 해 주었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렇지만 나는 당선만 되면 저 잘난 맛에 사는 정치인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다. “가는 말에도 채찍질한다.”라는 말처럼 가만히 두고 보는 것보다는 더 잘하게끔 언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오늘따라 봄 날씨가 화창하고 좋다. 모임이 있어서 가는 길엔 지하철을 타고 가서 꽃이 피었는지 새싹이 났는지도 모르고 나갔다. 오는 길에는 버스를 타고 돌아왔더니 벌써 서울 도심에 벚꽃이 피었다. 영등포 정수장 근처에는 산수유도 노랗게 피었다. 서울이라도 다 꽃이 핀 것은 아니다. 아주 양지바른 곳에서만 이렇게 꽃이 환하게 피어서 웃고 있었다. 모임의 화젯거리도 선거 얘기였다. 정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거짓을 일삼는 죄인을 뽑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는가? 

 

 세상 돌아가는 뉴스도 보지 않고 그저 지연 혈연 학연에만 이끌려 그 사람의 됨됨이도 보지 않고 선거 공약도 보지도 않고 무조건 정해놓고 찍는 유권자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지금 나라에 어른이 없다. 최고의 어른은 대통령일진대 뽑아 놓기만 하면 끌어내리려고 하는 병이 만연해 있다. 집안에서 어른이 바로 서지 않고 존경받지 못하면 그 집안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과 똑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아무리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해도 상대방을 맹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없는 말까지 만들어 가면서 그러는 것은 얼마나 악랄한 사람인가. 자신의 앞가림부터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공약을 잘 내놓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약속한 것은 잘 지켜나가는 것만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 살아계실 때였다. 내가 어릴 때여서 잘은 모르지만, 그때는 선거철이면 흰 고무신을 선물로 돌리고 막걸리도 먹여주고 그런 소박한 뇌물들이 있었다. 그때는 나의 부모님도 하얀 여자 고무신 남자 고무신을 받아왔다. 지금은 김영란법이 있어서 함부로 뇌물을 받아서 절대 안 되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것이 당연시되었던 것 같다. 뇌물을 주면 처벌이라도 해서 정직하게 일 처리하게 된 것은 참 잘된 일이다. 이렇듯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많은 특권 중에 불체포 특권이라는 것도 없어져야 할 일이다.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국민은 조그만 일에도 온갖 수모를 당하며 끌려다니는데 너무 비교가 많이 되는 부분이고 그들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TV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도 있지만 다 출세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밑바닥부터 일해야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다. 새벽부터 거리를 치우는 미화원이나 공사장으로 나가는 일용직 일꾼들이 있으니 거리가 깨끗해지고 쭉쭉 뻗어서 높이 올라가는 빌딩이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 소중한 사람들이다. 누구를 죽도록 미워하지도 말고 다만 무엇이 옳은가? 무엇을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를 생각하며 세상을 크게 바라보고 소신껏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부화뇌동하는 일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꽃은 환하게 피는데 봄꽃놀이도 가야 할 텐데 선거라는 큰일을 목전에 둔 출마자들은 얼마나 애간장이 타들어 갈까? 어찌 되었거나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당선될 것이고 운 좋은 사람이 당선되는 것은 말해 무얼 할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서 승리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선거라는 것에서 뽑힌 사람들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자기도취에 빠져서 쓸데없는 외유나 하고 일은 제대로 하지도 않는 그런 국회의원은 당선되더라도 박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신 안 차리고 일 안 하고 싸움하고 욕설에 고성만 질러대고 삿대질하며 품격 없는 국회의원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4월의 화창한 봄날이 시작되었다. 선거 날은 나들이를 가는 것이 아니라 투표를 하는 날이다. 무턱대고 놀러만 가지 말고, 말이다. 선거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은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라고 마련한 것이다. 그러니 투표에 꼭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란다. 조금만 더 부지런 떨면 투표하고 나들이를 가도 충분할 것이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아름다워서 눈부신 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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