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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봄꽃 찬가
 
조정군 시인 시산맥 회원   기사입력  2024/04/22 [18:55]

▲ 조정군 시인 시산맥 회원  © 울산광역매일

 요즘 공원에 가보면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먼저 피었던 복수초, 얼레지, 매화, 목련, 벚꽃,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는 아쉽게도 지고 그를 이어 사과와 조팝나무, 철쭉, 민들레가 한창입니다. 조금 지나면 지금 피어 있는 꽃에 이어서 불두화, 튤립, 이팝나무 꽃이 피겠지요. 목련꽃은 꽃봉오리가 여물고 꽃이 퍼져 나오는 것을 보면 세련되고 귀티가 나지만 꽃이 시들고 떨어지는 걸 보면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곱고 착한 여인이 세파에 쓸려 몰락하는 영화, 탕웨이의 만추를 보는 것 같아요. 개나리는 노오란 꽃이 참 귀엽지 않나요? 예쁜 꼬마 아이 같기도 하고, 옛날 어렸을 때 동네에서 같이 어울려 놀던 지금은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수더분하던 여자애가 생각나네요. 진달래를 보면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생각납니다. 연보라색 얇은 꽃잎은 가벼운 봄바람에도 하늘거려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하는데 차마 떨어진 꽃잎을 밟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좀 마음이 여려서요. 벚꽃이 만발하면 옹기종기 얼굴을 맞대고 앉은 뽀얀 꽃잎들을 고개를 한껏 젖히고 바라봅니다. 꽃들을 우러러 보고 있으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감돕니다. 복숭아꽃을 옛 양반들은 왜 그리 천시했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난잡한 모양새는 아니고, 평범한 이웃같이 생긴 꽃인데요. 민들레를 보면 그러면 안 되는데 꽃을 꺾어 후 바람을 불어 봅니다. 토끼풀을 보면 악착같이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하는데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네 잎 크로버 찾으신 분 있으세요? 

 

 식물들은 왜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울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복수초, 얼레지, 개나리, 진달래같이 키 작은 식물들은 키 큰 나무의 잎이 무성해져 햇빛을 가리기 전에 꽃을 피워 대를 잇는 소중한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함일 겁니다. 또 한 가지는 사과 배 복숭아 등 큼직한 열매를 맺는 과일나무는 커다란 열매와 씨를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일찍부터 준비해야 할 겁니다. 

 

 여름꽃은 보다 따뜻한 날씨와 많아진 가루받이 곤충으로 봄꽃보다 가루받이가 쉬울지도 모릅니다. 가을꽃은 겨울까지 얼마 남지 않은 날들과 쌀쌀한 날씨로 열매와 씨를 풍족하게 키우지 못합니다. 그래도 식물들은 봄 여름 가을 가리지 않고 자기의 처지에 맞춰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후손을 남깁니다. 이제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 싸리, 나리, 원추리, 연, 능소화, 상사화, 배롱나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국화와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하늘거릴 겁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결혼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삼십대 되기 전 이십대에 결혼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삼십대에 결혼하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예전 이십대의 결혼을 봄꽃이라고 한다면, 요새 삼십대의 결혼을 여름꽃이라 할 수 있지요. 봄꽃이 여름꽃으로 바뀐 이유는 사람 수명이 늘어난 이유가 크겠지요. 얼마 전까지는 환갑잔치를 풍성하게 했었고, ‘인간 칠십 고래희’라고 칠십 살을 산다는 게 옛날부터 드물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팔십대도 흔하지요. 또 하나의 이유는 예전같이 아이를 많이 낳지 않으니까 아이를 여럿 키우기 위해 꼭 이른 시기에 결혼할 필요가 적어졌지요.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살기가 팍팍하고 아기 키우기도 힘들다는 데 있을 겁니다. 평생 모아도 집 한 채 장만하기 힘들고 아기 키우려면 교육비가 만만하지 않고 게다가 갈수록 경쟁은 심해져서,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하니 결혼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날씨가 쌀쌀하고 벌 나비가 없어 봄꽃을 피우지 않고 늦춰서 여름꽃을 피웠는데 날씨는 여름이 아니고 쌀쌀한 가을이 되었습니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지요. 그래서 갈수록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요.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15세와 49세 사이의 가임여성이 평생 동안 평균 0.72명을 출산한다는 말로 매우 심각한 현실입니다. 이렇게 출산율이 낮으면 앞으로 인구감소가 심각하게 다가올 겁니다. 압도적으로 1위인 세계 최저 출산율인데, 이런 것은 1등 안 해도 되는 데요.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감소를 막을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알콩달콩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아마 누구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봄날의 꽃밭같이 화사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 그런 사회가 된다면 꽃이 만발하여 열매와 씨를 퍼트리듯, 서로 사랑하고 맺어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집밖으로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행복한 가정들이 봄날의 꽃보다 많아질 겁니다. 그러나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지요, 현재 대한민국은 많은 사람들이 알바와 기간제, 비정규직 근무로 박봉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치솟는 집값에 정착할 보금자리는 꿈도 못 꾸고,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은 아이를 키울 자신감을 빼앗아갑니다. 아직 여성분들의 육아휴직이나 출산 후 회사근무가 여의치 않지요. 그리고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아 있던 마음의 행복도 하나둘 삭아갑니다. 그래도 잠깐의 시간을 내서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공원이나 야외에 나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을 즐겨 보세요. 봄날의 꽃밭처럼 살기 좋고 행복한 나라가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남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시집 『두 개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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