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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평> `안다이` 박사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24/04/25 [18:18]

▲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교수  © 울산광역매일

 마늘과 파를 심은 밭 삼천 평을 투기의 목적으로 샀던 한 사장은 엉뚱한 계산을 하고 있다. 마늘은 심으면 일 년에 여섯 배의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을 농민들이 모르거나 자본이 없어서 못 한다고 생각했다. 육쪽마늘을 나누어 한쪽씩 심으면 다시 육쪽마늘 한 포기가 완성된다. 대파를 심는 경우는 다르다. 모종 한 포기를 심으면 크기만 클 뿐 한 포기밖에 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보다 마늘을 심는 것이 수입이 좋겠다며 자기가 사놓은 밭에 마늘을 천만원어치를 사서 심었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농사를 농민들은 무식해서 모른다고 큰소리까지 치며 설쳤지만, 계산과는 달리 큰 손해를 보고 철수했다. 

 

 2024년 대한민국 총선 "내가 시장을 자주 가서 잘 아는데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안다이(知夷)`박사 정치인이 있었다. 물가를 잘 관리하여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있다고 인정받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현실과 너무 차이가 나는 가격에 생산자에게서도 소비자에게서도 성난 목소리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자신의 얕은 지식을 뽐내려고, `시장에 자주 가서 잘 안다`는 말까지 덧붙여서 禍(화)를 벌어들인 꼴이 됐다.

 

 1960년대 방터 마을에 이상한 동물이 나타났다. 주로 밤중에 온 마을을 휘젓고 다니면서 마을의 짐승들을 괴롭히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누구는 개라고, 누구는 늑대라고 했다. 그 짐승을 본 사람은 여럿이지만 주로 밤에 봤고, 또 늑대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마을 이장을 하고 있던 김 박사는 "내가 젊은 만주에서 독립운동할 때 자주 늑대를 보아서 잘 아는데 틀림없이 늑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늑대가 아니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당시 동네에 유일한 대학생인 열이 형과 꼴머슴 몇이 합세하여 몽둥이로 늑대를 때려잡았다. 마을에서 늑대를 잡았다는 소문이 이웃 마을까지 퍼지자 윗마을의 과수원 이 씨가 찾아왔다. 자기네 과수원에 키우던 개라고 개를 때려잡은 사람에게 개값을 변상받아야겠다고 했다. 과수원 이 씨는 열이 형에게 대학까지 다니면서 개와 늑대를 구분하지도 못하느냐고 핀잔을 주면서 개를 때려잡은 열이 형과 꼴머슴들에게 당장 개값을 물려달라고 고함을 쳤다. 열이 형은 이장이고 박사인 사람이 만주에서 독립운동할 때 자주 보아서 안다면서 틀림없이 늑대라고 하면서 늑대가 아니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며 항변했다.

 

 "박사는 무슨 안다이 똥파리지! 낄 때 안 낄 때 구별 못 하고 설쳐대기에 사람들이 안다이 박사라고 부르니 정말 박사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그리고 그 사람이 뭐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소싯적 나랑 같이 경주에서 머슴살이했는데!" 화가 난 과수원 이 씨는 입에 거품을 물고 빨리 개값이나 물려내라고 난리를 쳤다. 

 

 이장 김 박사가 `안다이 박사`라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몇 달 전 이장 선거 때 종이에 이장 후보자의 이름을 적는데 글자를 모르는 이웃집 아저씨가 나에게 `김 박사`라고 좀 써 달라고 해서 써 준 적이 있었다. 바로 개표를 하는데 동점이 되고 한 장 남은 표에 내가 쓴 `김 박사`였다. 상대 후보는 "알지도 못하고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시부렁거리니 다른 사람이 아니꼬워 안다이 박사라고 하는 것을 제 이름이라 우긴다. "이 표는 무효표다 재선거를 하자"라고 했다. 그랬지만 김 박사는 화를 내고 우기는 바람에 결국 이장이 되었다. 

 

 침묵은 금이라는 말도 있고, 가만히 있으면 2등을 할 것인데 괜히 말해서 꼴등을 한다는 말도 있다. 이런 쓸데없는 말로 입방아에 오르고 자신과 남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안다이 박사 때문이다. 한 사장의 마늘 농사, 방터 이장의 개값 변상, 그리고 정치인 안다이 박사의 한마디에 국회의석 수십석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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