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와 울산경찰청이 여름철 자연재난에 대비해 피해 예상ㆍ우려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생각하면 좀 더 철저히 살피고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7월 미호강 임시제방이 붕괴돼 강물이 지하 차도를 가득 채운 상황에서 차량들이 이를 모르고 진입해 차에 타고 있던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책임소재를 두고 행정당국과 경찰이 벌인 `네 탓`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기에 충분했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 생명을 우선순위에 뒀다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상대방이 알아서 하겠거니 미루는 바람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재발할 수 있다.
통상 장마는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 후반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이런 정설이 무너진 지 오래다. 요즘 장마는 이전과 달리 같은 지역에서도 형태를 달리한다. 예를 들어 울산 남구에 폭우가 쏟아지는데 인접 지역인 중구가 청명한 경우가 허다하다. 비가 쏟아지는 것도 이전과 크게 다르다. 짧은 시간에 퍼붓다가 멀쩡해지는 게릴라 식이다.
울산도 오래전부터 장마전선에 이상이 생겼다. 우선 장마 형태와 규모, 시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장마전선이 열대성 `스콜` 형태로 변했다. 특정 장마 기간이 없어지고 한 시간 동안 60~70㎜가 쏟아지다 다음 한 시간 동안에는 4㎜가 내리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형태를 보인다. 주로 8월 말에서 9월 초에 걸쳐 발생하던 태풍이 10월에 불어 닥치기도 한다. 수년전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가 그 한 예다.
기존의 장마 대책으론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이전에는 도로 유실, 제방 붕괴, 가옥 침수가 주요 경계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하차도 침수, 반 지하방 침수, 사업시설 침수 같은 문제가 새로 대두됐다. 동구 지역에서 발생한 `싱크 홀` 사고도 지하 배수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하층 흙을 씻어 내려가면서 발생했다. 폭우로 넘친 물이 맨홀 속으로 들어가 땅속을 무너트리면 올해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장마 대책도 이제 진일보해야 한다. 기존대비책 외 좀 더 폭넓고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전 대응 방식으론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퍼붓는 빗물을 감당할 수 없다. 그동안 상황을 분석하면 도시 전체를 일괄하는 장마 대책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각 기초 지자체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광역 지자체가 전체를 총괄하는 기존 방식보다 울산 5개 구군이 독자적으로 대처하는 게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오송 사고가 그렇지 않았나. 충청북도가 모든 걸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보다는 기초자치단체가 전면에 나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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