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홍구 시인  © 울산광역매일

 나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비만 오면 어김없이 어머니가 아프다고 하시며 힘들어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가 아주 싫었다.

 비 오지 않는 날에는 아프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 말이 없으시다가도 비만 오면 아프시다고 하니까, 비가 어머니를 아프게 하는 줄 알았다.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는 동안 안 해 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생하셨다.

 심한 노동으로 젊음을 보내셨기에, 이제는 퇴행성관절염 질환을 앓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무릎 통증에도 우리에게 말하지 않고 여태 참고 견디셨다.

 아픈 것도 참으며 일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집에서 쉬셨다.

 그럴 땐 운동량이 부족하여 통증이 나타나 자신도 모르게 아프다는 말이 나오신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지내왔던 무관심한 나.

 그러다 어머니는 눕게 되셨다.

 그때야 서둘러 병원에 가 진료받았다.

 그러나 이미 수술의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가 어머니를 아프게 했던 것이 아니라는 걸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우리들의 뒷바라지 하시느라 힘든 일도 참아가며 계속했던 것 외에 또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것을 우리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비가 어머니를 아프게 하는 줄로만 알고 비를 싫어했으니까.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다.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이나 하는 일을 오래도록 감당하셨으니 어찌 그곳만 아프셨겠는가.

 그래도 아픔을 느끼는 질병은 그렇게라도 견디셨겠지만, 아픔도 전해 주지 않은, 몹쓸 질병이 있었는걸. 진료 한 번 제대로 받아보시지 않고 돈 아끼며 일만 하시다 말기의 판명을 받고서야, 우리 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너무 늦게야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 했지만, 어머니는 벌써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평소 국민의 의무에 따른 권리인 건강검진을 어머니는 빠트리고 일만 하신 걸 눈치도 못 채고 지내다 비가 올 때 아파하시는 그것이 비 때문이라 생각하고 지냈다.

 건강검진만이라도 빠짐없이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확인해 보았더라면, 몹쓸 병이 있는지 없는지 알았을 터인데…….

 그러지 못하고 살아온 때늦은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졌었다.

 이미 때는 늦고 말았기에, 어머니를 아프게 한 비를 미워했든 어리석음을 자책했든 지난날을 자랑하여 혹시라도 나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주변에 없었으면 좋겠다 싶어 부끄러운 지난날을 밝혔다.

시인, 수필가

《문예사조》시, 수필 등단(1991)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정회원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이사, 국보문학 자문위원

 한국서각협회 초대작가, 서울시인협회 이사

 시집 : 제3시집『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외 2집과 전자 시집 3권

 수상 : 2019년 한국문학신문 문학상 대상 수상

        2021년 한국행복한재단 전국문학작품공모전 산문부 대상수상

        2022년 제6회 한국문예예술 대상 수상

        2023 신춘문예 샘문학상공모전 본상 최우수상 수상

        2023 별빛문학 대상 수상, 천등문학상 본상 수상

* E-mail : yesn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