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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인간 극장
 
박시학 시인   기사입력  2024/09/26 [16:39]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

저 인간을 만났는지

 

도회지서 곱게 자라 농사는 농자도 몰랐어요

나이 많고 애 둘 딸린 홀아비한테 시집간다는데

`그래, 장하다`할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그날부터 여지-끗 친정하곤 서로 담쌓고 살지요

어차피 내가 선택한 거지만 

서툰 농사일에 힘들 땐

`어떻게 죽으면 잘 죽을까, 언제 죽을까`하다가

`엄마 엄마`찾는 저 둘을 두고 어떻게... 

짐승도 그 짓거리는 안 할 텐데 하고 말았지요

 

고추 농사는 딸 때가 염천 지옥이에요

고추가 밑에 달려 허리가 끊어지듯 아파요

낮엔 너무 더워 새벽에 따면 모기가 회식하지요

 

저 인간 욕하고

날씨에 대놓고 욕하고

애먼 기상청에까지 대들며 욕하고

하루하루 입술 꽉- 깨물고 버텼지요

그래 놓고 고추 팔아 돈 들어오면 싹- 다 잊어버려요

지옥도 천국도 고추밭에 있어요

 


 

 

▲ 박시학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고초당초 맵다지만 시집살이 비할까`라는 옛말이 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간택(?)을 받는다는 요즘 상상도 못 할 말이다.

하지만 우리 이웃 보통 사람 중엔 아직도 고추보다 매운 평범하지 않은 삶이 건재하고 있음에야 어떡하랴?  

 

 

박시학

 

본명: 박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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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 『노란하늘』

        『동시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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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26 [16:3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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