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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듯이
 
김현숙 시인   기사입력  2024/10/06 [17:21]

▲ 김현숙 시인  © 울산광역매일

 사람들은 외모를 흘깃 훔쳐본다. 단 1초 안에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품는다. 그러다가 인연을 맺을 수도 있고 스치는 인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수 없이 경험한다. 진실로 아름다운 인연을 맺기까지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견고한 인연이 되어 오랜 시간 그 소중한 인연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연을 만나는 것에 너무 기대하거나 연연하여 실망할 필요도 없다. 

 

 나는 어느 강사에게서 모소 대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4년 동안 3cm만 겨우 자라다가 5년이 되면서 30cm가 자라고 6주가 지나면 15m까지 자란다는 그 나무는 그동안 자라지 않은 게 아니라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느라 위로는 자라지 못한 것이다. 그 깊은 뜻을 어찌 사람이 눈치챌 수 있겠는가? 그저 보이는 것이 다일 뿐인데, 하루에 1m씩 자라는 대나무의 습성에 비하면 너무나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인연도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얼마 전에 오랜만에 고종사촌 오빠와 장시긴 통화를 했다. 여고 시절 이후 왕래가 없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참 총명하고 말도 다정하게 잘하는 사촌오빠였는데 결혼 후 일찍 상처하고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가느라 친척들과 소통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아픈 사연이 있었다. 사실 맏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청첩장을 돌려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돌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누님이 안타까워서 사촌오빠를 대신하여 친척들에게 소식을 전했는데 정말 친척들이 많이 참석해주어서 결혼식장이 화기애애했다고 전해왔다. 나는 이 중요한 날에 성당에서 하는 연수가 이틀간 잡혀 있어서 가지 못하고 축의금만 송금하는 미안한 일이 발생을 했다. 

 

 너무 오랜만의 대화라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많았다. 사촌오빠는 국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내가 시인이 되었다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고 놀라워했으며 자랑스러워했고 축하해 주었다. 등단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새삼스럽게 축하를 받으니 만감이 교차했고 기쁘고, 감사했다. 

 

 지금까지 출판한 시집 3권을 보내 주고자 했더니 책은 사서 보는 거라며 기어코 보내 주는 것을 거부했다. 1 시집은 절판이라서 구하기가 어려우니 혹시 알라딘이나 쿠팡 같은 데서 구해 보라고 했는데 용케도 3권을 모두 구해서 읽어보았다고 한다. 1집은 몇 번을 읽어보았다고 한다. 아마도 첫 시집이라 순수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원더풀을 천 번 만 번 외쳐주신 사촌 오빠의 늦은 칭찬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와주면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에는 신뢰가 따르고 변치 않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사고방식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이다. 공감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글을 읽음으로써 변화하고 공감을 하고 살아간다면 글을 쓰는 이유가 충분하게 된다. 이 또한 모소 대나무와 같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기 때문에 모소 대나무의 성장기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문화가 팽배해 있다. 이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문화이다. 뭐가 그리 급해서 이렇게 빨리빨리 해야 하는지 안타깝고 씁쓸할 뿐이다. 좀 느려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있고 좀 빠르지만 일이 엉성한 사람도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는 사람들이다.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좀 기다려 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면 어떨까 싶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성장이 빨라서 빨리 일어서서 걷는 아이도 있고 빨리 말문이 트여서 말을 빨리하는 아기들도 있다. 그것을 기다려 주는 부모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나는 아주 오래전 말이 늦은 아이를 만났는데 참으로 답답했다. 그 부모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감히 짐작이 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를 다시 만났는데 말이 일취월장으로 늘어났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들은 얼마나 놀라웠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단비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나도 같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모소 대나무는 우리들의 삶에 참으로 많은 가르침을 준다. 겉으로 자라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고 더 높이 자라기 위해서는 뿌리를 깊이 내리는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무리 훈육을 한다고 해도 누가 그 말을 들어주겠는가? 과거에는 아주 훈육이 좋은 영향력을 미쳤지만, 지금은 훈육보다는 살아가면서 어떤 환경을 만나면서 그 과정을 보고 스스로 깨닫게 된다. 

 

 훈육을 하는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필요한 시점이다. 체험을 통하여 변화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세상을 잘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AI 이와 소통하면서 공감하고 배워 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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