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우리의 대화는 왜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 같을까
난 물고기의 모세혈관이나 부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당신은 늘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서
빙빙 맴돌고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내 외투 주머니에 공허한
생선 비늘만 가득하다
버리고 또 버려도
신기하게
비늘은 없어지지 않는다
<시작노트>
관계의 시작은 타자와의 대화이다. 내가 바라보는 관심사나 발화하고자 하는 시적 지향점은 여기서부터이다. 형식적인 대화로 난무한 현실, 속 깊은 대화의 단절을 절절하게 느낀다. 사람들의 겉모습만 만나고 올 때, 내면과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허감만 쌓이기도 한다. "우리의 대화는 왜 알맹이 없는/ 빈 껍데기 같을까"에서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난다. 획일적이고 피상적인 대화들로 가득한 그런 대화들을 하고 돌아온 날이면 속이 텅 빈 것 같은 마음이 든 것이다. 빈 껍데기 같은 것이다.
현대인의 마음 열기에 인색한 시대에 열려있는 관계에 대한 깊은 기대와 실망, 우리의 관계망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신승야
· 인천 출생.
· 인하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강대 대학원 독어독문학과 석사 졸업.
· 2020년 『월간문학』 등단.
· 시집 『늦가을, 모르는 사람』(2024, 시산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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