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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캘리포니아> 개와 고양이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5/01/14 [17:09]

▲ 유진왕 시인     ©울산광역매일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개가 여름을 조심해야 하는 동네에서는 안 맞는 말이지만, 적어도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옳은 표현이다. 거의 집집마다 개를 한두 마리씩 키우는 것 같다. 그리고 어지간히도 극진히 보살핀다. 주인에게는 좀 죄송한 표현이지만, 때로는 그 개가 별로 영리하거나 잘 생겨 보이지 않는데도 몹시 애지중지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개를 자식들에 버금가게 간주한다는 얘기다. 아니, 애완 동물 용품 코너에 가면 이런 세상도 다 있었나 싶어 눈이 휘둥그래진다.

 

하기야 내게도 몹시 귀여워하는 테디라는 요크셔 테리어 수컷이 하나 있었다. 참 영리하고 야무지고 충직했다. 물론 생김새도 근사한 녀석이었다. 주인의 말을 알아듣다 못해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나 알아채는 녀석이었다. 그러니 주인의 귀염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 일을 끝내고 저녁에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서다가도 이 녀석이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 하는 눈치면 난 그를 데리고 다시 함께 산보를 나서곤 했다. 녀석은 산보하자고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녀석이 너무 용감하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규격이 자신의 그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상관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주인에게 위험을 끼칠 것 같다 싶으면 앞뒤 재지 않고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큰 사고를 냈다. 옆집에 다니러 온 친척네 거들먹거리는 거대한 핏불이 버릇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돌진해서 들이받았다. 내가 어떻게 손을 쓸 겨를도 없었다. 

 

덤불 속에서 후다닥 먼지를 튀기더니 이 녀석이 피를 흘리고 절름거리며 뒤돌아 나왔고, 나는 그 녀석을 보듬은 채 곧장 몇 마일 떨어진 동물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요크셔 테리어가 송아지만한 핏불에게 당했으니 순식간에 폐에 구멍이 뚫리고 온 몸이 너덜너덜해진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애완동물 전용 응급센터가 있다는 것은 그때 처음으로 알았고, 망설임 없이 그리로 뛰었다. 그리고 개 치료비가 사람 치료비보다 월등히 저렴하지도 않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보험은 물론 없었다. 난 그 녀석 어릴 때 분양받으며 지불한 금액의 여섯 배보다도 더 많은 치료비를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그 녀석이 가엾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했다. 테디는 두어 달 고생하고 회복되었는데, 역시 개 버릇은 남 주지 않는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여전히 당당하고 용감무쌍하고, 또 일을 저지를 판이다…

 

조깅하다 보면 고양이도 심심찮게 만난다. 여기서는 고양이도 팔자를 잘 타고 난 셈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의 숫자에는 훨씬 못 미친다. 애완동물로서는 개를 더 많이 선호한다는 얘기다. 사실, 키우는 일손으로 말하자면 고양이가 더 깔끔을 떠는 녀석이니 많이 유리하다. 개에 비하면 덩치도 훨씬 작아서 먹이 비용도 덜 든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개를 더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때로 우리는 사람들이 왜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까 의아해하고 섭섭해하는 때가 있다. 반면 주변에 언제나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유형의 인물도 있다. 타인에게 존경과 인정, 그리고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오늘 견공(犬公)에게서 한 수 배울 일이다. 분명히 비법이 있을 테니 말이다. 언젠가 모 신문의 어느 칼럼에서 두 동물의 성격을 비교 분석한 글을 관심 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결론은 상호 지향성(志向性)의 차이라는 것이었다.

 

고양이는 장소 지향적이어서 주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자신이 익숙하고 편리하게 살던 장소에 더 애착을 둔다. 그래서 사람이 이사를 가서 주인이 바뀌게 돼도 장소만 동일하다면 별로 개의치 않고 또다시 적응하며 잘도 산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가 바뀌는 것보다는 주인을 바꾸는 것을 선택한다. 이런 녀석과는 정을 논할 수 없다. 

 

그들에게 의리라는 말은 서로 교감되지 않는 용어다. 반면 개는 인물 지향적이다. 개는 정에 아주 예민하다. 그 녀석은 가끔 사람의 눈을 예리하게 주시한다. 아니, 주인의 눈빛만 봐도 그 마음을 읽는다. 물론 영리한 개에 한정된 얘기지만… 그런데 그런 녀석들은 상대가 자기를 실망시킬 때 마음의 상처도 그만큼 크게 받는다. 저들은 익숙한 장소에 안주하기보다는 정든 주인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편을 택한다. 그래서 그는 거기에 버금가는 주인의 애정을 독차지하는지도 모른다. 한 번은 누추한 행색의 어느 노숙자와 함께 있는 개를 보았다. 하지만 자기 주인을 향한 애정과 존경심에 손색이 없었다. 주인을 바라보는 그 그윽한 눈길이 참 부러웠다.

 

옛 속담에 "사람 못난 것은 금수 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살아갈수록 옳은 말이라 생각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인간들은 아름다운 심성을 자꾸 잃어가는 반면, 개는 오히려 우리네 영악한 인간이 많이 상실해 버린 사랑받을 충분한 자격과 성향들을 잘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좀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서 과연 어떤 자식이나 친구가 나를 볼 때마다 진심으로 그리도 격하게 좋아하며 꼬리치고 깡총거릴까! 적어도 강아지가 하는 것만큼 상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습성을 기른다면 우리도 누구에게나 사랑과 존경과 호의를 받지 않을까? 아니, 이 세상 모두가 친구 하자고 줄을 설 테지! 성경은 근면에 관한 한, 훌륭한 스승이 필요하다면 개미를 찾으라고 했다(잠언 6:6-7, 30:25). 그런데 오늘은 견공(犬公)을 찾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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