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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 에세이> 황혼의 정원
 
김연희 수필가 에세이 울산 동인   기사입력  2026/04/08 [19:44]

▲ 김연희 수필가 에세이 울산문학회     ©울산광역매일

요즘 요양원 입소 상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곳에 입소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돌아가실 때까지 머물게 된다. 현재 생활하는 분들에게 변고가 생기지 않는 한 다른 분들은 들어올 수 없다. 정해진 정원이 있으니, 상담해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 발길을 돌리는 보호자들이 많다.

 

2004년, 내가 처음 요양원을 개원했을 때는 사정이 달랐다. 입소할 사람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시절은 아직 장기 요양 보험이 도입되기 전이었다. 요양원은 무료 시설과 실비시설로 나뉘어 운영되었고, 무료 시설은 비용 부담이 없었지만 정작 입소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다양한 홍보 방법을 고민하며 어르신들을 모시려 애썼으나, 수개월이 지나도록 입소할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요양원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꼈다. `거긴 죽어서 나오는 곳`, `방에 가두고 밥도 굶긴다더라.` 이런 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녀들도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불효라 여겨 상담조차 꺼렸다. 부모를 집에서 모시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는 인식이 깊었다. 불효자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치매에 걸린 부모를 방에 가둬 돌보지 않는 예도 있었다.

 

나는 요양원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직접 요양원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일일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경로당을 찾아가 초대장을 나눠드리고,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어르신들은 처음엔 요양원이라는 말조차 꺼렸지만, 여러 번 설명하고 설득하자 체험에 응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경로당 어르신들을 차로 모셔 와 아침부터 다양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다. 재미있는 게임, 물리치료, 맛있는 점심 식사, 그리고 요양원에 인접한 공원 산책까지. 

 

그렇게 요양원을 직접 경험한 어르신들은 "요양원이 이런 곳인지 몰랐다"며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체험을 마친 분들은 자연스레 홍보대사가 되어 요양원의 좋은 점을 주변에 전했다. 점차 상담이 늘었고, 요양원은 정원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백여 명의 어르신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서로의 삶을 지탱하고 있다.

 

2008년,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이 사회보험으로 도입되면서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강제적으로 보험료를 내게 되었다. 노인성 질환을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이니, 본인이나 부모가 혼자 생활하기 어렵다면 요양원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올해로 시설을 운영한 지 이십이 년째다. 그동안 많은 분이 이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셨다. 나는 오늘도 요양원의 정원에 다양한 유실수와 꽃을 가꾼다. 작년에 꺾꽂이한 수국은 가지마다 꽃대를 올리고 있다.

 

 어르신들은 꽃송이 하나에 감격하며, 순간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새기기도 한다. 꽃을 보면 젊은 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일까.

 

지금 정원에는 밤사이 떨어진 키위꽃이 노란 융단처럼 깔렸다.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날이 몇 번 지나면 키위는 무성히 익어갈 것이다. 나는 어르신들의 황혼의 정원이 황량하지 않도록, 오늘도 초심을 잃지 않고 꽃을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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