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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발현과 10년의 법칙
 
울산시교육청 과학정보기술과 소원주 장학관   기사입력  2009/07/08 [11:20]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년)라는 독일 기상학자가 있었다.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륙은 1개의 거대한 대륙이었고 약 2억 년 전에 분열하기 시작하여 각각 현재와 같은 위치에 놓여졌다고 주장하였다. 이른바 “대륙이동설”이다. 베게너는 영국을 중심으로 작도된 세계지도에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남미대륙과 아프리카대륙의 해안선이 일치하는 것에 착안하였다. 단순한 동기지만 이것이 대륙이동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베게너가 1929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당시의 패러다임과는 배치되는 이 이론으로 지질학계의 문을 두드렸을 때 당대 미국 학계의 대가들이 보인 반응은 경멸과 비웃음이었다. 당시의 지질학자들은 “대륙은 침강할 수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다”라며 비아냥거렸다.

베게너는 대륙이동의 증거를 잡기 위해 그린랜드 탐험에 나섰다가 실종되었는데, 그의 사후에 그 이론대로 남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중생대 초에 분리되기 시작하여 현재와 같이 4,000km나 떨어지게 되었고, 남극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인도대륙이 아시아대륙과 충돌하면서 히말라야산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베게너의 이론은 그 뒤 해저 확장설을 거쳐 지금은 “판 구조론(plate tectonics)”라는 새로운 지구과학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베게너를 공공연히 조롱했던 그 아카데미즘의 대가들은 그 뒤 모두 입을 다물고 끝내는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과학의 역사를 보면 과학의 혁명이 진행되고 있어도 그것을 일반인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종교계에서 극한 저항을 받아 그것이 일반인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빈센트 반 고호가 생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은 반 고호가 너무 거인이어서 당시 프랑스인들의 시야에 그의 그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대를 앞서간 위인들의 업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창의적 업적은 시간적 맥락에서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다.

조금 과장된 얘기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제작한 엑셀과 우리나라의 “?글”이 (최소한 문서 작성에 있어서)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창의적 업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이 원고도 ?글로 작성하고 있다. 그런데 엑셀을 만든 빌 게이츠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지만, ?글을 만든 주인공은 미녀 영화배우를 배우자로 얻었을 뿐이다. 이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미국과 한국이 달랐고, 너무 일찍 글이 개발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불과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때로는 창조적 개인에 의해, 때로는 집단에 의해 발휘된 창의성의 산물이 인류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윤택하게 해 왔다.

창의성교육이라는 화두가 학교 현장에 대두된 지 오래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어떤 본질을 가지느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학교의 반복 훈련을 통해 창의성이 함양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넌센스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그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피카소의 14, 15세 때 데상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근육의 묘사를 보면 그가 왜 천재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피카소는 오늘날 입체파로 불리는 그림을 그리기 이전에 어릴 때부터 기초와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다.

매우 재능 있는 사람조차 한 영역에서 탁월한 재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이 10년의 법칙이다. 앞서 예를 든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베게너는 일찌기 기상학의 대기열역학 분야에 헌신한 권위자였다. 비틀즈나 마이클잭슨과 같은 팝 가수거나, 히딩크와 같은 축구 조련사,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설계한 자동차설계사, 또는 획기적인 새로운 음식을 선보인 요리사라할지라도 그들의 위대한 업적은 속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의적인 업적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학교 교육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이 함양되기를 진정으로 원하거든 그들에게 기초·기본을 충실하게 가르치는 것 외에 왕도는 없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내 아이가, 내 제자가, 그 분야의 패러다임조차 변화시킬 창의성을 발현하게 되는 날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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