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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의 첫 교단시절을 추억하며
 
함월고등학교 우원주 교장   기사입력  2009/07/17 [09:35]
 풋내기로 시작한 나의 교직인생이 어느새 6개월을 남기고 있다.

  어느 땐 가없는 보람을, 어떤 땐 절망할 때도 있었다. 희망은 꿈꾸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세계일류교육을 꿈꾸며 그에 걸맞는 여건을 하나씩 만들어가야만 한다.

  누구나 처음에 근무한 학교가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이듬해인 1972년 3월, 학성고에 공채로 부임했을 때는 2회인 윤수일군(가수)이 3학년 때였다. 그때의 교직원 구성은 주로 경남, 부산, 경북, 서울 등 전국에서 서류와 면접을 거쳐 뽑힌 학력 및 경력이 화려한 교직 선배들로 필자가 직원명렬에서 끝 번째였다.

  그 시절, 울산시내에는 고등학교로는 울산공고와 울산고, 학성고, 울산여고, 울산여상 등 5개가 있었고, 중학교로는 제일중, 울산중, 학성중, 울산여중, 학성여중 등이 있었는데, 중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학생들 중의 대부분은 부산이나 대구 등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가는 시절이었다.

  그때 학성고 교무실 풍경은 교직원 전원이 수업은 물론 생활지도 등 부서별로 맡은 바 업무 추진에 철저한 편이었으며, 모두가 남자선생님들로 그 중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교직원은 손으로 꼽을 정도여서 그야말로 ‘서면 수업, 앉으면 담배’일 정도로 쉬는 시간의 교무실 안은 담배연기로 가득한 편이었다. 또한 학생을 훈계하는 고함소리며 성행이 불량한 학생에게 매질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곤 하였다.

  이러한 전 교직원의 단합된 노력으로 개교한 지 불과 4~5년 만에 학교분위기가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져 그 전에 외지로 나가던 중3생들이 학성고를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초임학교에 재직 중 기억나는 데로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첫 번째, 울산지역 고등학생 합동교련 발표 때의 일이다.

  경상남도교육청에서는 한해에 한 번씩 울산공고, 학성고, 울여고, 울여상 등 네 학교의 합동교련발표회를 열었다. 학교마다 한 학년 규모의 학생들이 철저
한 훈련을 해 학성고에 모여 파견된 감독관의 채점을 받아야 했다.

  발표 때 터뜨릴 크레카(폭발화약)를 구할 수 없자, 화학과 이용길 선생님(전제일고교장)이 직접 그걸 만들기로 하였다. 어렵게 만든 이 크레카를 운동장에서 시험해 보려고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불을 당겼는데 아뿔사! 터지질 않는다. 몇 번 시도해보지만 마찬가지다. 어김없이 터질 줄 알았던 이 작품이 작동이 안 되니 열정 많으신 이선생님이 발로 슬쩍 밟아보았다. 그 순간 그만 폭발해 구두밑창이 떨어져나가고 안타깝게도 발바닥이 갈라지는 중상을 입었다.

 두 번째는 가수 윤수일군의 ‘사랑만은 않겠어요’를 ‘금주의 인기가요’프로에 1위를 하도록 전교생이 지원한 일이다. 1,800여명의 학생들이 가족, 친지 등에게 엽서 한 통씩을 보내는 켐패인이었다.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후에 이 가요가  “금주의 인기가요” 1위곡으로 선정되었다.

  세 번째는 박근하 교감님(전 교육국장, 전 학성고교장)의 직원소개 장면이 떠오른다.
  3월2일 새로 부임하신 교감선생님께서 이틀 후인 신입생 입학식 날 직원소개를 하셨다. 부임하신지 이틀 만에 원고도 없이 무작위로 선 80명 가까운 선생님의 출신고교, 대학, 학과, 전공과목, 분장업무, 담임학반 등을 어떻게 거침없이 발표할 수가 있었는지 지금도 불가사의한 생각이 든다.

  네 번째는 3학년 담임들의 걷기운동이다.
  김상만 3학년부장선생님(현 울산교육감)때의 일이다. 11명의 담임들이 저녁을 먹기 전에 모두 학교 앞산의 오솔길을 약 30분 동안 걷는 게 매일 일과였다. 산책을 하면서 낮에 쌓인 피로를 풀고, 야간수업 및 자율학습 감독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학급관리를 비롯한 상담, 진학지도, 생활지도문제 등을 서로 논의하며 담임들의 결집력을 모을 수 있었다. 합의된 사항을 일사불란하게 실천하기 위한 제1조건은 상호 신뢰와 희생정신임을 그때 깨달을 수 있었다.

  다섯 번째, 별이 빛나는 밤에 옥상에서 반 학생들과 함께 한 ‘공부 잘하기 다짐’의 시간이 기억난다.

  모의고사를 마친 후 평가결과가 나오면 의례히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옥상에 올라가 20분간 북극성을 바라보며 학습방법에 대해 반성하고 집중력을 키우곤 했었다.성적이 뒤진 때면 담임이 학급학생들과 함께 ‘엎드려뻗혀’를 20분동안 하기도 했다.

  여섯 번째, ‘학력 향상실 철야운영’을 잊을 수가 없다.

  학력실 한 쪽에 합판을 깔고 잠이 오는 학생은 모포를 덮고 잠깐 잘 수 있으며, 식사도 교내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어, 기숙형 학력실이었다. 학력실 감독교사는 박흥수 선생님(시교육청 중등과장)이 맡아, 주야로 고생한 결과 서울의 주요 명문대를 비롯하여 진학결과가 놀랄 정도로 나아졌지만, 그 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어 중단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진정한 성공은 사람마다 그 가치와 의미가 다를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계발하여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 진정 어떤 가르침이 필요한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학년담임 전원의 합의된 조직력을 발휘하여,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울산이 세계 일류도시로 발전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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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17 [09:3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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