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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회찬의 삼성X파일과 우파사회의 딜레마
 
미디어 평론가 변희재/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기사입력  2009/12/21 [10:45]
언론인 조갑제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했던 지난 대선 직전 서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10년 간 좌파 정권이 끝나고, 우파정권이 들어선다면, 삼성 등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 우파시민사회도 바른 목소리를 내야한다”, “우파시민사회가 끝까지 명백히 잘못된 기업의 관행마저 보호해줄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조갑제 대표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나, 현실적으로 실천하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는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전 매체가 줄을 이어 보도하는 가운데 이른바 인터넷미디어협회 소속의 우파 인터넷매체는 4일 오후 6시까지 한 줄도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많아야 10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있는 우파 인터넷매체의 보도 조직 특성 상, 여러 매체가 다 쓰는 기사는 오히려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매체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단 노회찬의 삼성X파일 건을 떠나서, 우파인터넷매체와 우파시민사회가 기업의 병폐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분명하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 우파매체와 우파시민사회의 주된 관심사는 북한 문제와 인터넷개혁에 집중되어있다. 안 그래도 조직 자체가 좌파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서 주 종목이 아닌 분야에까지 관심을 보일 여력이 안 된다.
 
둘째, 좌파매체와 좌파시민단체의 정략에 동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파시민사회는 좌파 측의 대기업 비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여, 기업과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비판이 아니라, 기업 하나의 잘못을 대폭 과장하여, 여론을 선동, 권력 장악까지 목표를 삼고 있다는 점을 동의하지 못한다.
 
셋째, 우파시민사회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국가 운영의 주체로 인정하여, 조금 잘못이 있더라도, 세계에 나가 국제경쟁력을 확보, 더 많은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주기를 바라고, 이것이 기업이 해야 할 유일한 애국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넷째, 우파시민사회의 기업에 대한 관점은 경제단체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굳이 앞장서지 않더라도, 이들 경제단체 및 경제연구소의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활동이 멈춰있다. 그러다보니 경제단체를 제외한 우파시민단체의 기업과 경제에 대한 전문성이 많이 떨어져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파시민사회의 기업에 대한 선의는 현실에서는 왜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삼성X파일과 같이 명백한 기업의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이에 침묵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파시민사회는 부정을 옹호하는 집단으로 젊은 대중들에 오인되고 있다.
 
특히 비단 기업 뿐 아니라, 우파 정부 들어서 고위급 신규 인사를 할 때마다 위장전입 문제가 터져 나왔지만, 우파매체와 우파시민단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못했다. 이 역시 좌파 측에서 정권 탈취를 목적으로 한 수준의 비판을 가하다보니, 이에 맞장구를 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전체 우파진영이 위장전입 정도는 충분히 해도 된다는 점에 합의를 한 것, 즉 부정을 옹호하는 세력으로 대중에 인식되어버렸다.
 
이러한 인식은 우파시민사회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다. 우파시민사회에서 보다 높은 차원의 국가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해도,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메시지가 대중에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더 아이러니한 점은 대중이 문제가 아니라 우파진영의 권력으로부터도 무시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기업도 그 중 하나이다. 노무현 정권과 김대중 정권 당시 좌파매체와 좌파시민단체에 대해 기업들이 과다 지원한 사례는 허다하다. 이는 단지 정권의 영향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MB정권 들어서도 우파시민사회가 기업으로부터 좌파 수준의 지원을 받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 증거가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좌파 측이 기업의 목을 조이는 수준으로 비판을 가하기 때문에 이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서슴없이 지원하는 것이다.
 
반면 우파시민사회는 좌파 측의 기업 죽이기 수준의 비판이 가해질 때마다 자발적으로 선두에 서서 이를 막아낸다. 그럼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과 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는 우파시민사회 측의 발전에 더 관심을 가질 법한데, 현실의 법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메이저신문사를 제외한 우파매체, 경제단체를 제외한 우파시민사회가 좌파 매체와 좌파 시민사회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하게 된다. 단순한 시장원리로만 이야기할 때, 좌파 측에 후원금과 광고가 많이 집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좌파진영이 지난 10년 간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으며 초고속 성장했다는 점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파시민사회 내에서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엄연히 시장의 논리가 있는데, 기업 측을 무차별적으로 비판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반면 이 논리대로라면, 조갑제 대표의 언급처럼 “대체 왜 우파시민사회가 기업의 잘못된 점을 옹호해야하느냐”는 원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다시 우파시민사회의 태도이다. 우파시민사회는 이제껏 기업을 옹호했다기 보다는 기업에 대해 “어련히 알아서 국제 경쟁에서 이기고 잘하고 있겠지”라는 무관심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것이 우파시민사회는 물론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우파시민사회에 필요한 것은 기업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하여, 실천적 과제를 선정하고, 기업과 시장에 대한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이다.
 
첫째, 아무리 좌파 측이 정략적 접근을 한다 하더라도, 명백히 잘못된 경우에는 좌파 측의 입장과 관계없이 더 먼저, 더 강하게 바른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둘째, 우파시민사회의 기업에 대한 주문은 첫째도 투자이고, 둘째도 투자이고, 셋째도 투자이다. 투자를 위축시키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먼저 나가서 제거해주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산업 규제를 풀어버린 미디어법과 총액출자제도 폐지이다.
 
셋째, 시장의 투명화와 활성화를 위한 공정경쟁은 우파의 가치와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업의 천국인 미국이 1890년대 석유조합과 철도조합의 독점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한 안티트러스트법은 지금의 공정경쟁 원칙의 기초가 된다. 또한 좌파 측보다 우파가 훨씬 앞서있는 인터넷경제 개혁의 관점도 바로 이러한 미국식 시장 활성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일시적으로 규제처럼 보이는 정책이라도 우파의 가치를 들고 좌파보다 먼저 밀어붙여야 한다.
 
넷째, 기존의 대기업이 아닌 신규기업, 특히 청년창업 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뜻이야말로 우파사회의 가치와 부합한다.
 
다섯째, 기업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똑같이 소비자의 가치를 인정하여, 소비자의 관점에서 기업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가장 현실적으로 잘 실천하는 곳이 인터넷미디어협회 소속사인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다. 부당하게 소비자에 폭리를 취한다거나 불량품을 과대 선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시장에서 퇴출시켜버리는 것도 우파의 가치이다.
 
우파시민사회 인사들 대다수는 좌파에 비해 기업들에게 부당한 천대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 좌파처럼 기업을 쳐버리는 것도 안 되지만, 이제껏 해온 대로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부정을 옹호하는 세력으로 오인되면서도 기업에 무시당하는 일이 반복되어선 더 안 된다. 공개 지면을 통해 우파시민운동가들과 매체 운영자들에게 2010년, 기업 및 시장에 대한 우파시민사회와의 입장 재설정을 위한 공개회의를 열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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