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의 일마즈 귀니 감독이 쿠르드족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올해 아시아 특별전은 쿠르디스탄의 영화를 소개하는 '쿠르드 시네마, 지배당하지 않는 정신'을 준비했다.
쿠르디스탄은 현대적 의미의 국가로 존재했던 적이 없는 국토가 없는 국가이다. '쿠르드족의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쿠르디스탄'은 현재의 이라크, 이란, 터키 그리고 시리아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약 4천만 명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의 4분의 3이 이 네 국가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으며 약 천만 명이 세계각지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다. 쿠르드족은 자치국가를 가지기 위해 지난 몇 백 년간을 투쟁해왔다. 그러나 세계열강의 정치적 개입과 협상으로 인한 반복적인 조약 파기에 의해 국가건설의 의지가 좌절됐다. 여기에 터키와 이라크를 비롯한 주변국의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 탄압과 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것은 물론이고, 쿠르드족 고유의 문화와 언어는 끊임없이 부인 당하고 금지되됐다. 그러나 국가건설에 대한 의지와 민족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쿠르드족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쿠르드 영화 역시 마찬가지.
일마즈 귀니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지났지만 쿠르드족은 여전히 나라 없는 민족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쿠르드족 출신 감독들의 민족적 정체성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쿠르드족 임을 드러내며 쿠르드족의 이야기를 그들의 언어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쿠르드족 출신의 감독은 세계 영화제를 주름잡으며 민족의 풍요로운 문화와 끊임없는 투쟁을 세상에 알려왔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2500년 동안 국가를 세우기 위해 투쟁해온 쿠르드족의 영화는 우리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아름답고 희망적이다.
올해 쿠르드 특별전은 전쟁, 망명, 빈곤 등 무거운 주제를 뛰어넘는 인간애가 돋보이는 8편의 작품들이 준비됐다. 가족의 죽음과 빈곤을 견뎌내야만 하는 남매를 그린 <디야르바키르의 아이들>과 독일로 망명한 쿠르드 청년과 소년사이의 우정과 비극을 그린 <형제살해>는 쿠르드족의 역사적 비극에서 가장 커다란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어린이들을 중심에 두고 있다.
여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두 편의 다큐멘터리도 포함된다. 남편과 아들을 잃고 통곡에 찬 삶을 살아가는 쿠르드족 여성들의 삶을 그린 <쿠르드의 어머니>와 프랑스인이면서 쿠르드 저항군에 지원하여 게릴라 부대원의 삶을 살아가는 다비드를 좇아가는 <전사 다비드 톨히단>은 현재 쿠르드족이 처한 현실을 보여줄 것이다. 쿠르드 영화는 고통과 좌절로 점철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현실 속에서 평화와 사랑, 인간애를 잃지 않는다. 국가가 없이 이방인으로, 떠돌이로 수백 년을 살아왔다 할지라도, 끊임없는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왔다 할지라도, 쿠르드 영화는 그들의 ‘지배당하지 않는 정신’을 대변해 온 것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쿠르드 시네마 특별전은 쿠르드 영화 상영과 쿠르드 감독과 함께하는 특별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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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부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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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9/04 [10:02] ⓒ 울산광역매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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