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한국과 체코 수교 20주년을 맞아 체코 영화 특별전을 연다. 공산주의 사회의 억압과 '프라하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민주자유화 운동,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리 독립 등 체코의 굴곡진 역사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닮아있다.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6편의 작품들은 관객들이 체코의 역사와 사회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수교 20주년을 맞은 체코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6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는 <지상의 낙원>은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체코의 근현대 사회를 세심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철권통치의 전체주의가 지배했던 1982년, 한 비밀경찰 요원의 자기모순적 행위를 소재로 한 <너무 빨리 걷기>는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폭압적인 정치적, 사회적 상황 아래 처한 개인들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가와사키의 장미>는 존경받는 의학박사이자 흠잡을 데 없는 반 체제 인사가 과거에 정보부에 협조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기되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현실의 삶이 결코 어두운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 체코인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무엇일까? <몽상가들>은 대도시의 생활에 지친 30대 남녀 주인공들이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카트카>의 트레슈티코바 감독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 평범한 여자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주인공 카트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쓴 <르네> (2008) 이후 트레슈티코바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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