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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의 병폐(病廢)
 
권우상 명리학자·역사소설가   기사입력  2011/06/14 [17:27]
  문학상은 문학의 육성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단체나 출판사. 신문사들의 기관이 우수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賞)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상은 우리나라처럼 다양하다. 한국의 문학상은 1953년 아시아재단이 제정한 문학상이 최초이고 1955년에는 현재 ‘현대문학상’으로 바뀐 현대문학사의 ‘현대문학신인상’이 제정되었다. 1970년대에 급격한 증가를 보여 1980년 대(代)에만 50여 개의 문학상이제정되었다. ‘한국문학상’을 비롯하여 조선일보의 ‘동인문학상’ 창작과 비평사의 ‘만해문학상’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 현대문학사의 ‘현대문학상’ 등 권위있는 상이 많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는 순수문학상은 일시 중단된 것과 신인상(신춘문예 제외)을 합치면 대략 200여 종이 넘는 것으로(2008년 통계) 알려져 있다. 2008년 시행된 문학상만 17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문학상의 본래의 뜻에는 이의를 달거나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문학상의 병폐다. 문학상의 남발로 본래의 뜻에 반(反)하고 문학의 저해 요소로 남는다면 상의 근본 의미는 퇴색되고 우리 문학에 적지 않는 피해를 끼칠 것이다. 물론 문학상만 병폐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항간에는 상으로 저질 문인을 배출한다는 말도 심상찮게 나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을 미끼로 순수한 문학정신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2 - 3년을 겨우 버티다가 문을 닫는 문학상도 있다.

  문학상을 훼손한다면 돈에 눈이 먼 악덕 상인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허울 좋은 문학상은 단호히 거부하고 거절하는 참다운 문학상이 많을 수록 우리 문학은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상(賞)이 병폐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한 때 문학상을 받기 위해 작품을 제출한 적이 있다. 작품을 보내고 한 20여 일 되었을까 전화가 왔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이 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대화가 필요 하느냐’고 하자 당선을 시켜주는 조건으로 책을 30여 권 구입해 달라고 했다. ‘생각을 좀 해 보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지만 그후로부터 나의 머릿속에는 문학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깊이 각인돼 버렸다. 물론 열악한 문예지의 재정상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문학상을 금전으로 거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끔 문예지를 보다가 악취가 풍기는 문학상을 수상한 문인들 프로필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나 이런 상 탓다. 나도 이제 문인이 됐다’ 상을 받고 문인이 된 것이 마치 큰 벼슬이나 한 것처럼 우쭐대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요즘에는 우스갯소리로 ‘상을 받지 않은 사람이 진정한 수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학상이 오염돼 있다. 특히 문단에 데뷔할 수 있는 신인문학상의 경우 오염 정도가 매우 생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아는 존경하는 수필가 한 분이 계셨다. 이 수필가는 등단 경력이 35년을 넘긴 고희(古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수필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늘 올곧은 심성으로 살아오신 분이기에 더더욱 존경스럽다. 언제인가 이 수필가에게 여쭤보았다. “선생님께서도 이젠 큰 상을 하나 타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이 수필가는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신다. “상 타는 것이 얼마나 속상하는 일인데 난 그런 걸 바라지 않아. 요즘은 상 못 타는 사람이 최고로 좋은 상 받는거야” 이 수필가의 한 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슴이 시려온다.

  문학상이 넘치고 문인들이 길을 잃으면서 한국문학이 위기에 빠졌다는 자성의 소리가 니온지 오래다. ‘등단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던 시대, 그래서 소수의 문인들로 채워졌으며 한국 문학계가 시대를 대변하는 때가 진실로 기억되는 요즘 문학상제도의 전환과 개산이 요구되고 있다. 인맥이나 정실관계로 등단시켜 주는 감정적 심사위원의 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필자는 몇년 전 어느 문학상의 소설심사위원으로 위촉받아 작품을 심사한 적이 있다. 예선에 통과한 작품 중에서 최종적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심사였기에 초심 심사위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사전에 항목별로 ’심사기준표‘를 만들어 각 항목에 점수를 배분하여 총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얻어야 당선작으로 선정하겠다고 하자 초심 심사위원들의 말이 ’이 기준표에 따라 심사를 하면 당선작을 낼 수 없다‘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소설작법에 맞추어 심사를 하면 수상작을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할려면 자동차의 구조와 기기를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소설을 제대로 쓸려면 작법을 알아야 한다. 시에는 시작법이 있고 수필에는 수필작법이 있고 희곡에는 희곡작법이 있다. 그러므로 소설작법을 모르고 쓴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를 글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묘사는 없고 단순하게 설명한 글은 소설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런 글이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악화(惡化)가 양화(良貨)를 쫓아내듯이 악서(惡書)가 양서(良書)를 내쫓고 있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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