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차이로 개봉하는 국산 공포영화 두 편이 모두 '호러 퀸'격인 '톱1' 여배우들의 공사다망 탓에 애를 먹고 있다.
 
6월9일 개봉해 8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감독 김곡·김선)와 7일 개봉을 앞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감독 변승욱)이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는 극중 걸그룹 '핑크돌즈'의 리더 '은주'를 맡은 함은정(23)이 자신이 속한 그룹 '티아라'의 일본 진출, MBC TV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 등으로 인해 무대 인사를 제외한 홍보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 인터뷰는 극중 더블링(고음부를 대신 부르는) 가수 '순예'로 나온 황우슬혜(32)가 KBS 2TV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 일정을 쪼개가며 그야말로 '더블링'했고, 핑크돌즈 멤버인 메이다니(20), 진세연(18) 등도 가세해 간신히 때웠다.
 
하지만 홍보를 위해 어렵게 잡아놓았던 몇몇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함은정의 출연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물 건너 가버렸다. 영화 홍보에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인지도 상승을 기대했던 신인들은 허탈해해야 했다. 그나마 함은정이 무대인사에 나서고 '티아라'가 지원사격에 나선 것은 최대한의 배려였다는 평가다.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 영화는 지난해 KBS 2TV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현재 SBS TV '시티헌터'로 '안방극장의 요정'으로 자리 잡은 박민영(25)의 영화 데뷔작으로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민영의 '시티헌터' 촬영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 매체 인터뷰가 전혀 불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권에서 벗어나 버렸다. 영화 홍보를 위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아예 처음부터 꿈도 꾸지 못했다. 심지어 박민영은 개봉 첫 주말 무대 인사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영화사 측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의 경우 함은정이 '톱1'이었다고 해도 '톱2'인 황우슬혜의 비중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배우로서의 네임밸류는 황우슬혜가 오히려 앞서기 때문에 미디어의 관심도는 결코 낮지 않았다.
 
반면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의 경우 박민영이 애견미용사 '소연'을 맡아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사실상 혼자 끌어간 셈이다.
 
물론 김동욱(28)이 소연의 짝사랑 대상인 순경 '준석'으로 나왔으나 박민영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에 그쳤다. 또 신비의 소녀 김예론(7)의 경우 김새론(11)의 여동생이라는 화제성은 있었지만 너무 어린 나이라 홍보 활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결국, 누구도 박민영의 몫을 대신해줄 수 없는 처지다.
 
영화 관계자는 "출연 배우가 영화가 상영되는 중에 다른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주는 것도 넓게 보면 영화에 도움이 되지만 일단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킬 바람몰이가 필요한 초기에는 홍보 활동에 적극 나서주는 것이 영화를 함께 한 동료배우나 스태프, 투자자들에의 예의"라며 "지난 2월 한국에서 가장 바빴던 현빈이 영화 '만추' 개봉 당시 최대한 많은 미디어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했던 것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일부 배우들의 경우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갖가지 핑계를 대며 홍보를 기피하고, 간신히 나간 자리에서는 홍보하러 나온 출연작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까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본인이 시나리오나 감독을 보는 눈이 없었다고 자성해야지 누워서 침뱉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을 제작한 파인하우스필름은 "영화 개봉일이 예정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지면서 박민영의 드라마 촬영과 겹쳤다"면서 "박민영도 최대한 홍보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반민영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