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부터 시작된 2012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원서접수로 요즘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술렁거리고 있다. 그런데 학교마다 몇몇 학생들은 상당히 느긋한 마음으로 수능 최저등급 준비를 하거나, 아예 면접시험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8월 초부터 진행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원서를 제출하고 1단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다. 보통 대학입시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뉜다. 그런데 금년의 경우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했고, 이 전형은 기존의 수시모집보다 한 달 가량 빠른 8월에 먼저 진행되었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한 번씩은 더 대학입학 원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니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입 입학사정관제는 대략 전체 모집정원의 17%내외의 인원을 모집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비율이지만, 단 1, 2점 차이나 한, 두 명의 경쟁자 때문에 대학 합격의 당락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절대로 외면 할 수만은 없는 전형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필자가 ‘기숙형 공립학교 특기/진로지도 프로그래머’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지도하고 있는 강원도 산골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겨울방학 때부터 학생들과 특기적성 시간을 활용하여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했고, 이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3학년 전체 60명중에서 무려 6명이 서울대를 지원했고 20여명이 상위권 대학에 원서를 제출 했다. 물론 원서를 쓰는 것보다 합격여부가 중요하겠지만,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특성상 지망하는 학과와 학교에 비젼과 소신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했기 때문에 원서를 쓰면서부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고백인 것을 생각하면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희안한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학교가 바로 강원도 양구의 양구고등학교(교장 안재수)다. 이 학교는 전형적인 산골의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전문계 반을 빼면 대학 진학이 목표인 일반계 학생이 한 학년 60명, 전교생이 200명밖에 안되는 초소규모 학교다. 게다가 중학교 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면 비교적 교육환경이 양호한 춘천등 도시로 유학을 떠나버려 남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대도시의 그것과 비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때문에 단순히 수능 성적등 점수로 상위권 대학을 진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이 작은 고등학교에서 ‘정진학술제’라는 논문발표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2~3학년 학생 40여명이 무려 8편의 연구논문과 활동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중에서 ‘고등학생 화병에 대한 연구’는 금년 초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대학생 자살사건의 원인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것으로 언론에서 주요뉴스로 다루었고 심지어 포털사이트의 머릿기사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두 편의 논문은 과학전람회에서 강원과학고와 민사고의 쟁장한 연구팀들을 제치고 입상을 할 정도의 성과를 올렸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학생들은 최상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자신만만하게 지원을 했고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니, 이 학교 학생들이나 학부모, 선생님들의 대학입시는 마음 조리는 경쟁이 아닌 자신감과 열정의 결과를 기다리는 즐거운 게임 한판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자, 이들은 과연 어떤 마법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일까 ?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서 흥미진진한 한편의 진학 드라마를 독자여러분들과 나누려고 한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과의 상담을 통해서 신나는 입시, 행복한 입학사정관제의 묘미를 함께 체험해 보려고 한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