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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살구가 떨어져
 
박숙경 시인   기사입력  2024/05/15 [16:52]

하늘이 가벼워진 이유는

늙은 별을 내려놓듯 밤새

볼이 불콰한 살구 몇을 버렸기 때문

 

밤이 툭툭 터지는 바람에

놀란 쥐똥나무 꽃이 가득 뛰쳐나온 길을 걷다 보면

고향 집 뒤꼍으로 이어질 듯

 

참한 살구나무가

장독대 건반의 도, 레, 미를 손가락 끝으로 짚을 때마다

반음씩 굵어지던 살구

 

살구가 시큼 달콤 구르고 굴러 새끼들 입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할머니의 채근은 아침으로 바뀌죠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어요

떨어져 애틋한 살구를 굽어보는 오월은 다정합니다

 

양손 가득 공손히

모셔온 살구는 할머니와 항렬이 같고요

시큰둥해지면 어디 에이드에 댈까요

잘 친 사기처럼 뺀질뺀질하게 최대한 말랑말랑하게

 

그러다 보면 몇 알의 달콤한 문장이 살구를 따라 발효되고요

 

바람 없이도 때가 되면 살구가

나뭇가지를 건너오듯이

나를 건너온 한 편의 시가

또 다른 나를 불러 다정하더라는 것, 요즘 알아가는 중이에요

 

ㅡ시집『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달아실, 2024)

 


 

 

▲ 박숙경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이팝꽃 지고 나면 쥐똥나무꽃이 핀다.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일 듯 말 듯하지만 그 향기로 인해꽃이 핀 걸 알게 되고 그즈음이면 굵어진 살구가 익어 바람에 떨어지기도 한다. 올해도 떨어진 살구를 두 손 가득 담아 와서 살구청을 만들 예정이다. 살구는 추억이고, 내 할머니여서 나는 추억 속의 그 일들을 불러와 시를 쓰고... 

 

 

박숙경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2015년 『동리목월』 여름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아라 캥거루』 『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 『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가 있다.

psk120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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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5/15 [16:5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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