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미루었던 숙제를 드디어 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내가, 독도와 울릉도를 방문하는 숙제를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여건이 된다 해도, 모국의 동해 지역 기후가 자비로워야만 독도와 울릉도 방문이 가능하다. 동해안 파도가 유난히 높고 험했기에 7월에는 계획을 접어야 했다. 7월의 동해는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뭘 말하려 했었던 것이었을까.
10월 중순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독도행 배를 탈 수 있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사람들’을 환영한다는 안내자의 방송이 울려 나왔다. 선택받은 행운아가 된 듯이 마음이 뿌듯하고 벅찼다. 받아 든 조그마한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독도 섬 길을 따라 행렬에 끼어서 걸었다. 태극기를 들고 줄지어서 독도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조금조금 한 섬들, 검을 만큼 짙푸른 바다, 밀려와 돌 섬을 용서 없이 후려치고 자신은 부서져 돌아갈 몸조차 잃어버린 파도,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바람에 날리는 태극기의 무리…모두 모두 아름다웠다.
얄팍한 나의 지식으로는 독도란 동해안에 있는 작은 섬, 이름처럼 고독한 섬,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섬, 일본과 소유권을 놓고 늘 싸웠던 섬 정도이었다. 작은 섬 갖고 일본과 싸워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유엔 해양법에 따라,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 가장 동쪽에 있는 독도 덕분에 동쪽으로 12해리 정도 더 넓어지고 이 영역 안 바닷속 보물들의 소유권과 수중 연구에 대한 권리를 대한민국이 갖는다는 정도이었다. 나의 선입관은 보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나처럼 그리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독도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했다. ‘독(獨)’은 '홀로 독'이라는 한자에서 온 것으로 로, '홀로', '외롭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독도는 혼자 있는 섬이 아니라 91개의 암초 바위가 함께하므로 홀로 있는 섬이 아니었다.
2019년 동북아역사재단의 영토 해양 연구 저널(서울여대 정연식)에 의하면 독도란 우리말 ‘독섬’을 한자로 표기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의 논문에 의하면 고지도에 ‘독도’로 표기된 섬은 세 가지가 있다. 독 모양의 옹도(瓮島)와 육지나 큰 섬에서 떨어져 나간 ‘동’섬, 한자로는 ‘독(獨)’ 섬이지만, ‘돌섬’을 뜻하는 것 등이다. ‘독’이란 말은 돌을 의미하는 알타이어의 방언이라고 한다. 세 번째 해석이 맞는 것이라 한다.
어떻든, 나는 독도를 섬(island)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독도는 암초(rock) 즉 바위로 구별된다. 섬이란 사람이 살면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독도 거주 등록 인구수는 3,555명이고, 실거주 인구는 59명뿐이다. 실거주 주민 14명(14세대), 독도경비대원 약 40명, 등대관리원 3명, 울릉군청 소속 관리 사무소 직원 2명이 실거주 인구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관리 차원의 주민들이다.
일본은 이차대전에 패한 후에 강제로 점령하고 있었던 여러 나라의 땅을 돌려주어야 했다. 또 미국은 그들이 관리하던 일본 영토를 일본에 돌려주었지만, 아직도 일본은 그들이 빼앗았던 영토들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다. 러시아와 쿠릴열도 때문에, 중국하고는 센카쿠 섬 때문에, 우리 한국과는 독도 때문에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독도 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들이다. 기록된 일본인은 없다. 일본인의 독도 방문은 제한적이고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세종실록 지리지’, ‘성종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실린 역사적인 내용을 뛰어넘어서, 1900년대부터 훑어보면, 조선시대 때에 울릉도는 강원도, 울진에 속했었다. 1914년부터 경상북도의 행정영역이 되었다. 1900년 10월 25일 대한제국이 선포한 칙령 41호로 독도가 울릉도 담당 지역에 속하게 되었다. 그래서 독도의 날은 10월 25일로 지켜지고 있다. 아직 공개적인 휴일은 아니다.
공주대학 김소영 교수에 의하면 일본은 매년 3월 교과서 검정 시행을 하고, 이때,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한국이 침해하였다고 가르친다고 한다. 반복해서 매년 가르치는 셈이다. 이에 반해서 2022년에 새로 개정되어 쓰고 있는 우리 차세대들의 역사 교과서는 한국사가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일제강점기와 현대사가 ‘한국사 2’에서 다루어지게 되어 있다고 한다. 독도에 관한 내용은 거의 끄트머리에 있고, 분량도 줄여진 상태라고 한다. 교과서를 완전히 띄지 못하고 학년이 끝나는 경우, 이에 신경을 쓰는 교사가 아니면, 커버하지 않고 끝내기 십상이라는 염려이다.
지구온난화로 울릉도와 독도 주요 산물인 오징어 수확량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관심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독도에 대한 차세대 교육이 미흡할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이 떠나지를 않는다. 범국가적으로 독도와 울릉도 뿐 아니라 그곳을 지키는 시민들을 축하하는 ‘독도의 날’을 국가 공휴일로 제정하면 좋겠다. 모든 국민이 기억하고 축하하는 ‘독도의 날’, 참 멋지다. ‘독도의 날’이 되면 아빠 엄마 손 잡고, 아이들이 독도를 찾아오고, 나 또한 그날이 오면, 나의 모든 걱정을 차곡차곡 넣어 주던 태극기를 꺼내 들고 독도를 찾을 것이다.
미국 종양 방사선학 전문의
한국어 진흥재단 이사장
미주 중앙일보 ‘오픈 업’ 칼럼니스트
재외동포재단 문학상, 재미수필 신인상, 미주 가톨릭문학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