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효 울산 동구의회 의원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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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외식 및 소비문화를 급격히 변화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이 어려워지자 전통적인 회식 문화는 급속도로 감소하고, 이 자리를 배달 문화가 채웠다. 통계를 살펴보면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조7천억원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17조3천억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에는 26조5천85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는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2023년 거래액(26조4천12억원)이 전년 대비 0.6% 감소했지만 올해는 2022년을 넘어 27~28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기적인 트렌드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우리 사회가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배달 문화가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필수 관련 사업인 배달대행 업계가 호황기를 맞으며 발생하는 이륜자동차(이륜차) 소음 문제다. 환경부의 `이륜차 소음 민원 단속 현황`에 따르면 소음 민원은 2019년 298건에서 2023년 4391건으로 무려 14.7배 늘어났다.
소음 증가는 배달대행 업체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배달주문은 휴대전화 어플로 이뤄지고, 대행업체는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배달원에게 주문을 연계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고 상권이 형성돼 있는 주택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별도의 신고나 허가 등의 절차 없이 어느 곳에서나 영업이 가능한 것도 주택가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배달 대행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이륜차는 구조적으로 소음이 유독 크게 들릴 수밖에 없다. 배기구가 덮혀있는 승용차와 달리 이륜차는 배기구가 외부로 노출돼 더 큰 소음이 난다. 이륜차의 최대 배기소음은 105dB(데시벨)로 기차가 지나갈 때 철도변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 몸이 약 50~60dB의 소리부터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식하는 것을 감안하면 배달 대행 업체가 근처 있는 주민들은 매일매일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울산 동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민원을 받게 되는데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민원 중 하나가 주택가의 이륜차 소음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친환경 전기 이륜차 보급 확대다. 전기 이륜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소음이 거의 없어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배달대행 업체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다. 전기가 연료비보다 저렴하고 엔진오일, 필터, 점화플러그 등이 필요 없어 유지보수 비용도 줄어든다.
그래서 동구에 배달대행 업체를 포함한 민간까지 전기 이륜차 보급 정책을 확대하길 제안한다. 관련 기반 시설(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고, 친환경이라는 명분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의 전기 이륜차 보급 관련 정책은 동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울산시는 환경부,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산업단지 내 이륜차 전동화 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사업장 내에 배터리 교환형 충전시설 2기, 동구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주변 지역에 배터리 교환형 충전시설 10기를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필자가 공동 발의로 제정한 `동구 전기이륜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 지원 조례`에도 전기 이륜차 구매 경비, 충전시설 구축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동구가 의지만 가진다면 현재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책을 민간으로 충분히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조선소 퇴근 시간 수백대가 일제히 도로로 쏟아져 나오면서 생겨난 `오토바이 물결`이라는 이미지, 주민들이 이륜차를 수십년동안 주요 이동수단으로 이용해 오면서 이륜차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점 등은 전 세계의 친환경 정책 흐름 속에 동구의 핵심적인 친환경 정책이 되기에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