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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韓國病)과 ‘대처리즘’의 교훈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입력  2021/04/14 [16:53]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울산광역매일

  한때 ‘영국병’(英國病)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영국이 20세기 세계 최고의 사회복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는 나태해지고 기업은 무거운 세금 부담에 시달려야 했던 사회 경제적 병폐를 일컫는다. 1960~1970년대 영국 경제가 몰락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던 ‘영국병’이란 용어는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가 작성한 ‘베버리지 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영국병’의 원인은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 대영제국 당시 영국인의 강점이었던 적극성, 과감성, 냉철함, 끈기, 자기희생, 이타주의 등의 미덕이 사라진 것이 그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1960~1970년대 영국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서독에 비해 25%, 미국보다는 50%나 낮았는데, 그 여파로 1960년대 세계 9위였던 영국의 1인당 GDP는 1971년에 15위, 1976년에 18위까지 추락하였다. 이처럼 영국 경제가 후퇴한 근본적인 원인이 고비용, 저효율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 노동당 정부는 비효율적인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대신 오히려 기업의 ‘국유화’를 추진하였다. 1971년 영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이었던 ‘롤스로이스’, 1975년 영국 최대의 자동차기업이었던 ‘브리티시 레일랜드’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를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은 것이 경제 후퇴의 결정적인 화근이 되었다. 

 

  극단적인 노조운동도 경제 몰락을 초래한 치명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영국의 노동운동은 산발적이었고 파업을 주도할만한 노동조직도 없었다. 그러나 1973년‘오일 쇼크’로 영국의 석탄 산업이 반사이익을 얻게 되자, 석탄산업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갔고, 곧바로 철도와 전기 등 공공부문 노조들이 파업에 가담하였다. 결국 1975년에 석탄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30%나 급등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였고,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또다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잘 알려진 영국의 복지모델은 직업, 지위, 수임,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금보조와 무료 의료시술은 물론 결혼수당, 임신수당, 아동수당, 과부수당에서 장례수당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하게 확대되었다. 1979년 영국의 총예산에서 교육, 의료, 사회보장, 주택 부문의 복지예산이 차지한 비율은 45.7%에 달했는데, 실업자 증가와 함께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혜자 급증과 결혼 및 가족제도의 변화에 따른 독신자 가구의 증가도 사회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산업의 무리한 국유화 추진과 사회복지지출의 증가는 막대한 재정적자로 이어졌고, 재정적자는 또다시 물가를 앙등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였다. 2차 세계대전 후 30%대에 머물렀던 영국의 GDP 대비 재정지출의 비율은 1970년대에 들어 40%까지 급등하였고, 사회복지지출 급증에 따른 재정적자 심화로 1973~1979년 중 영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3.8%에 달했다. 만성적 재정적자는 현재의 지출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시켰고, 정부의 새로운 재정지출사업 시행은 물론 경기부양을 위한 세율 인하 추진을 어렵게 했다. 때문에 영국은 1976년에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위기를 겪었다. 

 

  지금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한국병’은 지속적인 임금상승, 생산성 저하, 경제침체로 이어지는 소위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을 특징으로 하는 1970년대의 ‘영국병’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선심성 사회복지지출은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로 이미 재정적자가 한계수준에 이르렀고, 조세부담 가중에 따른 소비지출 감소, 근로의욕 약화 및 자발적 실업 증가 등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확대, 기업의 국유화 내지는 공기업화 발상은 관료주의적 경영에 따른 효율성 저하와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위기에 처한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줄 것이다. 

 

  영국은 어떻게 ‘영국병’을 치유하였을까?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보수당 출신 ‘마거릿 대처’ 수상은 1979년에 집권하자마자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개혁정책을 실시하였다. 시장원리를 중시하였던 ‘대처리즘’은 과감한 재정지출 축소,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및 경쟁 촉진 등을 통해 비효율의 대명사였던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였다. 그 과정에서 대처 수상은 노동계의 엄청난 반대와 저항에 부딪혔으나 이를 물리친 끝에 1983년 마침내 성장률을 3%대까지 끌어올렸다. ‘대처리즘’은 ‘한국병’을 치유하는 데 훌륭한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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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이창형 교수의 울산경제 산책 (칼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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