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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회> 심장 안전 쉼터
기사입력  2021/05/05 [16:34]   하 송 시인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김밥을 샀습니다. 빵도 가방에 넣었습니다. 참외도 넣고 물도 넣고 초콜릿도 넣고…. 계속 넣다 보니 먹으러 가는 것 같아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참, 커피가 빠졌네. 컵라면도 넣을까?” 

 

 남편이 평소에 즐겨 먹지 않는 컵라면까지 챙겨 넣고 볼록한 가방을 들쳐메고 출발을 독촉했습니다. 태양이 눈 부셔서 선글라스를 착용했습니다. 차창 밖으로 푸르름이 가득 차오릅니다. 바이러스 공포 속의 회색빛 실내와 너무 대조적입니다.

 

 산행을 위해서 지리산 바래봉을 향하여 집을 나섰습니다. 철쭉꽃이 만개하는 시기는 몇 주 더 기다려야 하는데 일부러 일찍 가기로 했습니다.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힐링하며 체력 단련하는 일정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산행을 택한 것입니다.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대로 주차장은 한가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빨리 산을 오르자고 했더니 남편이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니, 컵라면을 먹고 가자고 했습니다. 산에 올라서 김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보온병에 넣어온 뜨거운 물을 부어서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컵라면과 김밥을 먹고 과일과 커피까지 먹고 나니 배가 많이 불러왔습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건강 찾아 등산왔다 코로나19 만난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대화금지!>

 <마스크 꼭 착용하기, 2m이상 거리 유지하기, 꼭 지켜주세요!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 등 감염병 위험으로부터 경각심을 일깨우는 현수막이 줄을 이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산에 와서까지 이런 문구를 보는 것이 씁쓸하면서도 한편 철저한 방역 앞에서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잠시 후 한 현수막 앞에서 갑자기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 공원 내 밀집 장소의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바래봉 정상부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왔는데 정상에 갈 수 없다니….’ 순간 실망감이 몰려왔습니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 요즘 걷기 운동을 자주 하는 바람에 하체도 튼튼해지고 산도 잘 오르는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남편도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상하다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원래 식사하고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나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식사를 하자마자 산을 오르니 힘든 것이라고 설명하자, 든든하게 먹어야 산에 잘 오른다고 했던 남편도 수긍했습니다. 그런데 밀집도 최소화를 위해 정상부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을 본 뒤로 힘이 빠진 것도 큰 이유였습니다. 

 

 산행 초보자 둘이는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산길을 올랐습니다. 사람들이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샛길로 빠지는 한적한 곳에서 여러 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코로나19로 당분간 외부인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다른 장소도 많은데, 굳이 출입 금지 현수막을 넘어가서 시끌벅적하게 식사하는 사람들 모습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산 아래에는 철쭉이 만개한 봄인데 위로 올라갈수록 철쭉꽃이 적어지다 정상 가까이 오르자, 아예 철쭉꽃은 구경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정상에 꽃이 없을 것은 예상해서 서운하지 않은데, 정상부를 폐쇄해서 오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못내 아쉬움이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마침 쉴 곳이 나와서 자리에 절푸덕 앉았습니다.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르면서 주위를 들러보았습니다. 산 오르는 중간중간에 휴식할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큼지막한 안내 문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휴식. 여기는 심장 안전 쉼터입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남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거든요. 쉬어가세요. 약 10분간 휴식으로 100세까지 건강한 삶을 즐기십시오.>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오르다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 한눈팔다 실족해서 다치기도 하고 필요 이상의 개척정신으로 길을 잃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들보다 정상에 더 빨리 더 높이 오르겠다는 경쟁심리로 무리해서 오히려 병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장 안전 쉼터에서 쉬는 동안, 산벚꽃 나무에서 꽃잎이 살포시 날아와 발아래 앉았습니다. 몇 잎 남지 않은 꽃잎으로 미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산 아래 먼발치 마을이 옹기종기 어깨동무한 채 다정하게 다가왔습니다. 산 정상 정복 생각은 멀어져갔습니다.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이 마음속 깊이 들어왔습니다. 이제부터 심장 안전 쉼터를 마음속에 탑재해서 무리하게 돌진하려 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서 휴식을 취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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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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