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의 힐링愛 성찰愛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163회> 산골 학교 이야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07/13 [19:02]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면 체온 측정 후에 가방을 느티나무 아래 내려놓고 자유롭게 운동장을 걷습니다. 1학년 남학생들은 교장 선생님하고 달리기 시합도 합니다. 아이들이 교장선생님께 도전을 하고선 작은 다리로 열심히 달립니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부러 져주면서 추임새까지 넣었습니다. 

 

 "어찌나 잘 달리는지 교장선생님이 이길 수가 없네."

 

 아이들이 이기고 나서 환호성과 함께 대답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할아버지라서 그러죠!"

 "내가 할아버지라니!"

 

 적잖이 충격을 받으신 교장선생님 모습에 교사들이 크게 웃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몸이 가볍고 모든 운동을 잘하십니다. 특히 달리기와 등산을 잘해서 마라톤을 해마다 완주하고, 등산은 주1회 이상 다니는데 거의 다람쥐 수준입니다. 머리가 약간 흰머리가 있긴 하지만 항상 활기차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청년같이 느껴지는 분입니다. 슬하에 2녀 모두 미혼이라서 아직 할아버지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할아버지라서 달리기를 못한다는 오해를 받으니, 정말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실력 한 번 발휘 해서 오해를 벗을 수도 있지만 허허 웃으시면서 항상 져줍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 교사들은 옆에서 이 상황이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교감선생님이 1학년 남자아이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우리 1학년은 어쩜 이렇게 달리기를 잘하니! 오늘도 교장선생님을 이겼네. 교장선생님은 왜 달리기를 못하시지?"

 

 그러자 아이들이 거침없이 말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할아버지라서 그래요."

 "응 그렇구나."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이렇게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학생, 교사,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의 웃음소리와 함께 산골의 작은 학교생활이 시작됩니다.

 

 한 아이가 가방만 느티나무 아래 팽개쳐 놓고 화단에 들어가서 놀고 있습니다. 함께 운동장을 걷자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합니다.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우리 교사들이 인사해도 무시합니다. 기분이 좋은 날만 우리 교사들의 인사를 받아줍니다. 교감선생님이 아이한테 다가가서 뭘 하는지 물어보니 메뚜기를 잡는다고 했습니다. 너무 작아서 겨우 눈에 보이는 메뚜기가 풀 사이로 뛰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손이 작은 여교감선생님도 여러 차례 놓치고 나서야 겨우 메뚜기 생포에 성공했습니다. 교감선생님은 조심해서 관찰만 하고 살려주기로 다짐을 받은 뒤에 아이 손에 옮겨 주었습니다. 며칠 전, 벌레들을 잡아서 잉어한테 던져주는 모습을 보셨기에 잉어 사료를 보여주며, 메뚜기를 물고기 밥으로 주면 안 된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아기 메뚜기를 물고기에게 주면 엄마 메뚜기가 슬퍼해."

 

 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버둥거리는 메뚜기를 조심스럽게 잡고 신기한 듯이 보더니 다시 화단으로 살려줬습니다. 

 

 이 아이는 올해 3월 입학과 함께 부모님과 떨어져서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살던 집을 떠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든 모습을 보였습니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해서 교장, 교감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이젠 적응해서 밝게 자라고 있습니다. 어두운 표정으로 눈에 띄는 벌레를 달려가서 밟던 아이가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며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어린이가 되었습니다. 학교에 오면 인기가 많아서 피곤할 정도입니다.

 

 어느 날 아파서 며칠 결석했다가 학교에 등교했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 많이 보고 싶었다며 반갑게 쫓아가서 인사하자 고개를 가볍게 한 번 까딱~ 하고 갔습니다. 교감선생님께 혼자 너무 짝사랑하지 말라고 옆에서 놀렸지만 그 아이도 쑥스러워서 표현 못할 뿐이지 많이 반가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습이 보이면 교장ㆍ교감선생님께서 아이들을 부르십니다. 1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놓고 나눠줍니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 몫까지 챙겨서 교실로 뛰어갑니다. 교장선생님은 건강에 좋은 비타민을, 교감선생님은 맛있는 고급 젤리를 준비해서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교감선생님! 젤리 질렸어요. 이제 다른 걸로 주세요."

 

 이 말을 들은 후에 교감선생님은 간식 종류를 자주 바꿉니다. 다음 간식을 뭘로 준비할지 항상 고심 중입니다.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운동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더워서 운동장을 안 걷겠다고 했습니다. 여름방학 끝나고 시원해져야 운동장 걷기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우리 귀염둥이 아이들이 방학 동안 많이 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1/07/13 [19:02]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연재소개

더보기

연재이미지
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광고
축복의 시간 / 김행숙 시인
46송이 낙화 / 정성수 시인
4ㆍ10 총선 울산 후보 18명 최종 등록 / 정종식 기자
이정후, 올해 MLB서 알아야 할 유망주 100명 중 3위 / 울산광역매일
이상헌 "울산북구 경선 패배 수용"…윤종오 "검찰독재 끝낼 것" / 울산광역매일
손흥민, 희귀병 고백…"불면증에 시달리는 일 많아" / 울산광역매일
세계평화연합 울산시회, 남북통일세미나 개최 / 원주희 기자
프시케, 날갯짓 / 김광기 시인
자기 역할 다한 주민규, 태국전 데뷔골로 화룡점정 찍나 / 울산광역매일
온남초, 제53회 전국소체 태권도 울산 대표 3명 선발 / 허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