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의 힐링愛 성찰愛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170회> 남편이 달라졌어요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10/26 [18:01]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사돈 중 한 분이 오랜 투병 끝에 임종이 가깝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타깝고 슬픈 생각으로 착잡해지는데, 남편이 갑자기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유는 옷 때문이었습니다. 가까운 사돈 장례식장에 아무 옷이나 입고 갈 수 없고 정장을 갖춰 입어야 하는데, 요즘 갑자기 많이 불어난 몸 때문에 양복이 작아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급히 단기간에 걸쳐 고강도의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다행히 단시간의 다이어트 성공으로 장례식장에 양복을 입고 갈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원래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에 비해서 먹는 것은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당연한 결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나잇살과 더불어 점점 살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다이어트를 한다며 며칠 굶다가 다시 포기하기를 수십 차례였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항상 다음으로 미루면서 여전히 비만인 채로 살아왔습니다.

 

 이런 남편이 달라졌습니다. 

 

 얼마 전, 산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뱃살이 빠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산행을 처음부터 순순히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겠다는 아내를 혼자 가게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동행하면서 산에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남편은 산행 다녀와서 피로가 회복되기도 전에, 다음 주말 산행 일정을 상의합니다. 이런 생활이 이제 3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산행 시작 초기엔, 당일은 물론이고 며칠 후까지 다리가 당기고 아팠습니다. 지금은 온종일 걸어서 4만보 가까이 고강도 산행을 다녀온 날도 멀쩡합니다. 올챙이 때 생각을 못하고 다리가 왜 아픈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까지 됐습니다. 

 

 제일 큰 효과는 남편의 뱃살이 빠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지가 넉넉해져서 옷 입기 편해졌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즐겁게 산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면서 건강해지니 산행 시작하길 잘했다며 싱글벙글합니다.

 

 며칠 전, 동생 가족하고 우리 가족이 함께 산행에 나섰습니다. 책상 앞에만 앉아서 책과 씨름하는 아이들에게, 산행을 선물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느 산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진안 마이산으로 결정했습니다. 나 말고는 아무도 마이산에 간 사람이 없기에 흔쾌히 1일 가이드로 나섰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도착한 마이산 남부 주차장은 만차였는데, 마침 나가는 차가 있어서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넓은 진입로를 걸으면서 보니,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낙엽을 밟으며 운치 있게 걸을 수 있도록 새로운 데크 길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호수에 떠 있는 몇 척의 오리배가 무척 여유롭고 한가하게 보였습니다. 양쪽으로 늘어선 아름드리 큰 벚나무는 봄날의 화려했던 향연을 뒤로한 채, 말없이 나뭇잎을 하나둘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호수 지나선 맛집 행렬이 우릴 맞이했습니다. 산행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마이산 탑사 도착!

 

 일제히 탄성을 질렀습니다. 이렇게 신기한 모습은 생전 처음 본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기계 도움 없이 오직 한 사람이 이렇게 탑을 쌓은 것도 신기한데, 오랜 시간 비바람에 끄떡없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도 무척 신비로워했습니다.

 

 탑사를 둘러보고 은수사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계단을 오른 후에 천왕문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암마이봉에 올랐습니다. 출발 전에 뒷동산 정도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이라고 들었던 아이들은 절대 뒷동산은 아니라며 힘들다고 했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들한테 양보하면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천천히 올랐습니다. 전망대에서 숫마이봉을 보고는 멋지다고 한 마디씩 했습니다.

 

 드디어 정상 도착!

 

 아이들은 털썩 주저앉아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정상에 온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니 한 발도 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참을 쉰 후에 겨우 기념사진 한 장을 찍고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에 도착하여 아이들에게 맛있는 저녁밥을 사주며 다음 달에도 산에 한 번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은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습니다. 직접 겪어서 깨달은, 산행을 통하여 얻는 보약을 아이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1/10/26 [18:01]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연재소개

더보기

연재이미지
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광고
광고
'당신의 내일을 소장 중'…문체부, 도서관의 날·주간 / 울산광역매일
총선 이후 경제정책 방향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성안동, 산수유 나무심기 행사 개최 / 정호식 기자
병영초, 체인지 메이커스 공동 운영 / 허종학 기자
SD 김하성, 열흘 만에 멀티 히트…3루타에 도루까지 '펄펄' / 울산광역매일
'총선 패배' 국민의힘 지도부 줄줄이 사퇴…"결과 모든 책임" / 울산광역매일
농협몰, 하나로마트 행사상품 기획전 진행 / 울산광역매일
반곡초, 교육공동체 정성 음식 프로젝트 진행 / 허종학 기자
손흥민, 3번째 10골-10도움 달성 초읽기…13일 뉴캐슬 상대 / 울산광역매일
남구장학재단, 2024년 성적‧특기 장학생 장학증서 수여 / 원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