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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회> 힘 빼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2/01/04 [17:04]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학교에서 운동회 때 무용 지도를 하기 위하여 교사 연수로 댄스를 신청해서 배웠던 적이 있습니다. 파트너와 함께하는 커플 댄스인데 예쁘장한 어느 여교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외모는, 같은 여자가 볼 때도 멋지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사와 파트너를 한 남자 교사들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그 여교사와 함께 댄스를 하기 힘들어했습니다. 이유는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라고 했습니다.

 

 한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물을 무서워해서 그동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지내던 중이었습니다. 생존 수영의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지인들 손에 이끌려 수영장에 발을 디뎠습니다. 물은 차가웠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물에 뜨려고 바둥거릴수록 더욱 몸이 가라앉았습니다. 

 

 이유는 물을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몸에 잔뜩 힘을 줘서였습니다. 수영 강사는 자꾸 몸에서 힘을 빼라고 했지만 힘을 빼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결국은 추운 겨울에 차가운 물과의 사투를 그만두고 수영 배우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골프를 배울 때였습니다. 골프채를 힘껏 잡으니 힘을 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주문이었습니다. 골프채 잡은 손엔 없던 힘까지 주어졌습니다. 팔이 아프게 힘껏 쥐고 골프채를 휘두르지만, 멀리 날아가야 할 공은 바로 코 앞에서 힘없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결국은 헛심만 쓰다 그만두었습니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였습니다. 어찌나 운전대를 힘껏 잡았는지 팔과 어깨가 많이 아팠습니다. 누가 핸들을 떼어가려는 걸 지켜내려는 것처럼, 있는 힘껏 핸들을 움켜잡고 운전을 했습니다. 운전하고 나면 팔과 어깨뿐만 아니라 온몸이 아파왔습니다. 필요 이상의 힘을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운전 경력이 25년이 넘은 지금은, 힘을 빼고 편안하게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힘이 센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연약한 편에 속합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악력이 약해서 생수병도 뚜껑을 열어줘야 먹습니다. 예전에 남자 직원이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병문안을 간 적이 있습니다. 환자가 음료수를 꺼내주며 먹을 것을 권했습니다. 나중에 먹겠다고 해도 끝까지 먹으라고 권해서 어쩔 수 없이 먹으려는데 뚜껑을 열지 못하고 낑낑댔습니다. 

 

 결국은 환자가 뚜껑을 열어줘서 음료수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무척 창피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필요한 상황에선 힘이 없는 상태이고, 힘을 빼야 할 상황에선 힘을 주며 살고 있습니다.

 

 태권도의 격파 시범을 보면 감탄사와 함께 절로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수십 장의 기왓장이나 벽돌을 맨손으로 깨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집중해서 가만히 서서 하는 것이 아니고, 몇 바퀴씩 돌고 거의 날아다니면서 격파를 합니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초인적인 힘을 내는 것은, 결코 손 자체가 무쇠 손으로 단련되어서가 아닙니다. 단단한 벽돌을 깰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벽돌을 내려치는 순간에 최대의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모든 운동에서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 합니다. 처음 운동을 배우는 초보자는 힘 빼는 연습이 필수입니다. 적절하게 꼭 필요한 순간에 힘을 쓰면 이렇게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나이 먹은 후에 새로운 운동을 배울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유연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부상의 위험이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산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험한 산을 오르다 보면 힘이 많이 듭니다. 가을에 생명을 다한 낙엽이 떨어져서 수북하게 쌓인 위로 흰 눈이 덮여서 많이 미끄러운 상황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발에 힘을 주고 걷습니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힘을 주면서 걸으면 미끄럽거나 위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상 있는 힘껏 힘을 주고 다니다간 다리 근육이 버티질 못하고 경련이 일어날 것입니다. 길이 좋은 평지에서는 힘을 빼고 살방살방 걷습니다. 긴장했던 몸과 마음을 좀 편안하게 갖습니다. 주위 경관도 둘러봅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나무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조금만 참으면 따뜻한 봄이 오니까 힘내라고 격려의 말도 해줍니다.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살이 더 많아졌습니다. 나이 먹는 슬픔보다는 나이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힘을 주고 빼는 것은, 우리가 사는 삶의 이치와도 통합니다. 올해엔 힘을 줘야 할 상황에서만 힘을 주고 평소엔 힘을 빼서, 좀 더 지혜롭고 유연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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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1/04 [17:0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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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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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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