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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회> 만나서 영광입니다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2/02/22 [17:20]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만나서 영광입니다.`라며 따뜻하게 반겨주는 곳으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바로 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불갑산입니다. 

 

 불갑산은 전남 영광군과 함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높이 516m의 산입니다. 원래는 아늑한 산의 형상이 어머니와 같아서 `산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모악산이라고 불렀는데, 백제 시대에 불교의 불(佛)자와 육십갑자의 으뜸인 갑(甲)자를 딴 불갑사가 지어지면서 산 이름도 불갑산으로 바뀌었습니다. 불갑사는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 침류왕 원년인 384년에 지었다고 전해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달려서 영광 불갑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차하고 보니 화장실 옆에 등산로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불갑사 쪽으로 가지 않고 표지판을 따라 등산로로 진입했습니다. 녹색 잔디밭처럼 보이는 무성한 꽃무릇 잎이 반겨줬습니다. 하얀 눈 아래에서도 끄떡없이 싱그러운 자태로 의연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편안한 산책로 길을 조금 걷자 데크 계단이 나왔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산길에 접어들자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었습니다. 서해안 쪽이라 그동안 눈이 많이 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 걷다 보면 눈길이 끝나리라 기대하며 걸어 올라갔습니다. 산속이라 전혀 녹지 않은 채 끝없이 이어지는 눈길이 미끄럽고 위험했습니다. 할 수 없이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서 착용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낙엽과 눈이 아이젠 가득 담기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한 번씩 털고 가더라도 금방 아이젠에 가득 채워졌습니다. 오르막길을 무거운 아이젠과 함께 오르니 숨이 차오르는데 마침 쉴 곳이 나왔습니다. 저만큼 아래 저수지와 불갑사가 보였습니다. 줌을 당겨서 사진을 찍으며 좀 더 불갑사를 가까이에서 봤습니다. 

 

 수북하게 쌓인 눈 위로, 먼저 산행한 산우들의 발자욱을 따라 걷자 덫 고개가 나타났습니다. 이곳은 실제 호랑이가 덫에 의해 포획된 지역으로 덕 고개와 덧 고개 등으로도 불립니다. 

 

 `호랑이가 어디있지?`

 

 기대와 함께 두리번거리며 걸으니, 앉아있는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옆에는 실제로 호랑이가 거주했던 자연동굴인 호랑이 동굴이 있습니다. 동굴 앞의 호랑이는 포획 100주년을 맞아 설치한 것입니다. 모조품인데도 호랑이 눈이 어찌나 부리부리한지 위압감에 얼른 시선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옆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1908년 2월에 불갑산에서 농부가 잡은 호랑이를 일본인 하라구찌가 당시 논 50마지기 값으로 사서 표본 박제하여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기증하여 현재까지 보관되고 있습니다. 이 박제는 남한지역에서 잡힌 유일한 실물 호랑이 박제입니다. 목포에 가면 불갑산의 마지막 호랑이를 보고 싶은데, 학교에 폐를 안 끼치려면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나 방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적봉(325m)엔 너무 눈이 많이 쌓여 오르지 못한 채 통과하고, 철조망으로 보호된 군부대시설을 거쳐 노루목을 지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갈림길이 나타나서 왼쪽으로 `위험한 길`을 갈 것인지, 오른쪽으로 `안전한 길`을 갈 것인지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위험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고, 체력과 함께 담력도 좋아져서 스스로 많이 놀라곤 합니다. 

 

 가파르고 좁은 바위 위를 걸어가면서 왼쪽 조망에 탄성을 지르다 문득 아래를 보니 천길만길 낭떠러지였습니다. 갑자기 심장이 콩닥거리고 팔과 다리가 후덜덜 떨리는데 침착하려 애쓰며 무사히 도달했습니다. 

 

 노루목에서 불갑산의 정상인 연실봉까지 코스가 불갑산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되도록 `위험한 길`로 산행을 추천합니다. 특별히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경우 아니면, 위험하지 않고 놀이기구 탈 때의 짜릿한 맛을 보너스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정상을 향하여 걸음을 옮기는데 108계단과 마주했습니다. `108번뇌를 소멸시켜 참된 진리를 향해 오르는 계단`을 오르며 기분이 상쾌해졌습니다. 벌써 효과가 나타난 듯합니다. 

 

 드디어 정상 도착!

 

 이름도 예쁜 연실봉 정상석이 고운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산 전체가 한 송이 연꽃 모양인데 그 중앙에 연꽃 형상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여서 연실봉입니다. 정상에서 영광과 함평, 저 멀리 무등산까지 보고 구수재, 용봉, 도솔봉, 수도암 방면으로 하산했습니다. `독서하는 숲`과 `쉬어가는 숲`에서 잠시 쉬며 하산을 마쳤습니다. 주차장을 앞두고 일주암을 통과하는데 정면에 있는 `만나서 영광입니다.` 글자와 맞닥뜨렸습니다. 영광군의 센스에 가슴이 따뜻해지며, `만나서 영광`인 불갑산 힐링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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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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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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