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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병과 ‘대처리즘’의 교훈
기사입력  2022/07/13 [18:53]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울산광역매일

 일찍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한때 세계경제를 주름잡았던 영국은 1960년대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기에 빠졌었다. 당시 서독의 한 보수언론은 영국경제의 침체를 가져온 원인으로 노동의 비능률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영국병`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영국병이 본격적으로 영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1964년과 1979년에 집권한 영국 노동당은 친노동 선심성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이를 기화로 영국사회 전반에 평등주의가 만연하면서 방만한 복지제도를 도입하였고, 이러한 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영국병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병을 부추긴 또 하나의 실책은 롤스로이스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단행한 것이었다. 고비용, 저효율이 한계에 달한 산업을 과감한 구조조정 없이 오히려 국유화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국가재정의 고갈을 불러왔다. 석탄산업, 철도, 전기 등 공공부문 노조들의 파업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1975년 한 해 동안 석탄 광업 근로자의 임금은 무려 30%나 올랐다. 급격한 임금인상과 복지지출 충당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가중시켰고, 높은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자 또다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영국경제는 지속적인 임금상승과 그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로 만성적인 영국병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경제성장으로 생활이 풍요로워지면서 대영제국을 건설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던 국민들의 적극성, 과감성, 냉철함, 끈기, 자기희생, 이타심 등의 미덕이 사라지고, 대신 소극성, 우유부단, 좌절, 부화뇌동, 자기보신, 이기심 등의 폐단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한만큼 대가를 바라는 정도를 넘어 노동조합을 통해 무리한 임금인상과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요구하였다. 그 결과 1960~70년대 영국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은 미국보다 50%, 서독보다 25%나 낮았다. 이처럼 고비용, 저효율의 노동시장 구조는 산업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1960년대에 세계 9위를 차지했던 영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1976년에 18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로 시작된 영국병을 불치(不治)의 지경까지 몰아간 주범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늘어난 재정적자였다. 1973~1979년 기간 중 영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3.8%에 달해 G7 국가 중 2위를 기록하였다. 영국은 2차 대전 후 GDP에서 재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대였으나, 1970년대 들어 40%를 넘었다. 재정적자는 사회복지지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1979년 당시 교육, 의료, 사회보장, 주택 등의 복지예산은 총예산의 45.7%를 차지했다. 영국정부는 재정적자를 보충하기 위하여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무리하게 인상함으로써 산업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결국 영국은 1976년에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경제적 파국을 맞이하였다.

 

 만성적인 영국병을 과감하게 치유한 사람이 바로 1979년에 집권한 보수당출신 마거릿 대처 수상이었다. 대처 수상은 집권하자마자 "영국민들은 지난 30년간의 실패를 통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선언하면서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규제 완화, 경쟁 촉진 등 고강도의 개혁을 추진하였다. 대처 수상은 3선 재임기간 동안 5개 노동법을 개정함으로써 노동시장을 개혁하는데 주력하였고, 노조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원칙을 고수하였다. 그 결과 1979~1989년 기간 중 공무원 수를 11만 명이나 줄이고, 국영기업 50여개를 민영화 하였다. 이러한 시장지향적인 개혁 조치는 `대처리즘(Thatcherism)`으로 불리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대처` 수상이 집권하기 이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지난 5년간 지속된 임금인상의 여파로 모든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방만한 선심성 복지지출로 나라 재정은 거의 파탄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나친 임금상승과 급증한 재정적자가 초래한 인플레이션으로 지금 나라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처` 수상의 강력한 개혁조치였던 `대처리즘`의 교훈을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과 노동시장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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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이창형 교수의 울산경제 산책 (칼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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