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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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겪는 일이지만, 논란 끝에 2025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되었다. 올해 최저임금 9천860원에서 170원(1.7%) 올라 드디어 1만원대를 넘어섰다. 월급(주 40시간 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는 209만6천270원이다. 최저임금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1988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462원이었다, 2014년에 최저임금이 5천원대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ㆍ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는 제도이다.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징역과 벌금 병과도 가능하다.
최저임금제가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사실상 영업이익이 생산성을 초과하는 대기업, 중견기업 및 우량 중소기업은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제로 곤란을 겪는 사업장은 매출규모가 적고 영업이익이 낮은 영세중소기업 및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의 동결과 사업장 규모별 차등적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고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현실에서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현행 최저임금제를 고수함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우선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인력 고용을 줄이는 대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설비를 늘리는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요즘 웬만한 식당에 가보면 서빙로봇이 돌아다니고 태블릿을 이용한 테이블 오더가 일상화되고 있는 등 스마트기기가 현장인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놀라울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용시장의 위축과 실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에 취업하는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은 인력들이라서 이들이 스마트기기에 밀려 직장을 잃어버리게 되면 재취업은 어려울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제를 고수함에 따라 나타나는 두 번째 현상은 물가 상승이다.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계나 설비를 도입하기가 어려운 영세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방책은 생산하는 상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물가 상승 특히 서비스가격의 급등 현상은 이러한 요인에 의하여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의 물가 상승 현상은 단기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임금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임금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경영자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한 후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인건비가 너무 커져서 이윤이 줄어들게 되면 기업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되어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강제적으로 사기업의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제를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는 이제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루지 말고 상호 협력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생존권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급료를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사업주에게 강제하는 제도이다. 어떻게 보면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인데, 민간 기업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책임을 국가와 사기업이 공동으로 분담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예컨대 사회적으로 합의된 최저임금 수준을 사업자가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도 살리는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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