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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회> 건강검진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4/08/20 [16:28]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드디어 2년마다 돌아오는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짝수 해가 되면 연초부터 심란해집니다. 예전에는 미루고 미루다 연말에 하느라, 북새통인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습니다. 홀수 해가 되면 마음 편하게 지내다, 짝수 해만 되면 여지없이 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부지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을도 아니고, 여름에 하게 된 것입니다.

 

 올해는 퇴직을 앞두고 여름방학에 건강검진을 하기로 했습니다. 건강검진 며칠 전에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미리 대장 내시경 준비 약을 받아왔습니다. 알약과 물약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지 질문했습니다. 선택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으니, 물약을 권했습니다. 새로 나온 약이라며 이번에 해보니 좋더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물약 병 크기가 예전에 비해서 작아졌습니다. 병원에서 추천해주는 물약을 선택했습니다. 약을 들고 나오며, 며칠 동안 고생할 생각으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대장 내시경을 위해서는, 게슴츠레한 맛의 물약을 들이키고 또 맹물을 끝없이 들이키고 나면 아픈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 다니느라 고생합니다. 그런데 제일 고역인 것은, 배 아픈 것도 아니고, 끝없이 나오는 설사도 아닙니다. 바로 이온 음료 맛과 비슷한 물약을 마시고 거기에 더하여 많은 양의 맹물을 들이키는 것입니다. 

 

 대장 내시경을 하면서부터, 이온 음료를 못 마시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등산하며 땀을 많이 흘려 이온 음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차라리 소금과 생수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온 음료를 마시려고 하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검진 3일 전부터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며 대장 내시경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흰밥과 죽에서 금식으로 이어지고, 드디어 물약과 함께 물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약병이 작아져서 섭취하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그전엔 비위가 상해서 헛구역질까지 했었는데, 이번엔 무사히 마셨습니다. 앞으론 너무 심란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신약을 개발해준 분께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문득문득, 얼굴은 몰라도 감사할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검사 전날이 되었습니다. 물약과 물을 먹으면서 계속 화장실을 드나드니 기운이 쪽 빠졌습니다. 어지러워서 갑자기 환자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운동장 맨발 걷기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장마철 비 오는 날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우산 받고 걸었는데,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배고픔과 어지러움은 참고 걸을 수 있겠는데, 계속해서 뛰어가야 하는 화장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운동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갈수록 화장실 가는 간격이 짧아지면서 복통의 고통이 심해졌습니다. 아니 복통의 고통이 심해지면서 화장실 가는 간격이 짧아졌습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아픈 배를 움켜쥐며 화장실로 달려가기 바빴습니다.

 

 드디어 건강검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기운이 없어서 넘어질까 봐 발바닥에 힘을 주며 천천히 걸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은 오전 시간인데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체중을 측정하는데, 대장 내시경 준비 때문에 저체중으로 되었습니다. 좋았던 시력이 예전보다 안 좋아져서 컴퓨터와 스마트 폰을 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력 검사에서도 소리가 들리는데, 예전보다 약하게 들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변을 받아오라는데, 먹은 것이 없어서 겨우 한 방울 받아갔는데 다행히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방사선 촬영기사를 보고 간이 철렁했습니다. 그전에 너무 불친절했던 직원인데, 몇 년 안 보이더니 오늘 떡하고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해서 눈만 보이는데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했더니, 다른 병원에 가서 몇 년 근무하다 왔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환자들한테 너무 불친절해서 병원장한테 심하게 질책받는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살이 쪘는지, 임신했는지 외모가 통통하게 변해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까지도 후덕해져서 무척 친절했습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 하려면 불안하고 심란한데, 직원들이 친절해져서 다행이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위와 대장 내시경이 끝나있었습니다. 안심하고 회복실 침대에 누웠습니다. 똑똑 떨어지는 수액을 바라보며 곁을 지켜주던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위와 대장 내시경 결과, 다행히 대장에서 용종 한 개만 제거하고 위는 깨끗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마음 편히 살 것 같습니다. 아이들 모두 결혼시키고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앞으로는 건강을 가장 우선순위로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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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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