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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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는 지난 7일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목표범위를 4.50~4.7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하하였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 연속 정책금리를 인하한 것으로서, 이제 한국의 기준금리(3.25%)와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1.5%포인트까지 좁혀져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운용에 다소 여유가 생긴 셈이다. 지난 9월 연준(FRB)은 `빅 컷`(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섰으며,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이에 발맞추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이번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힘으로써 미국은 앞으로도 금리 인하 기조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였다.
그런데 지난 6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후 미국과 한국의 금리정책에 약간의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국경제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었다. 이미 금년 초부터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라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특정 자산이나 주식에 베팅하는 현상, 즉 `트럼프 트레이드`가 시장에 영향을 미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선 재임 시절부터 친기업적 정책과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기 때문에, 그가 복귀할 경우 특정 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에 대한 기대, 금융 및 제조업 부문에서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미국 우선주의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다시 한 번 무역 갈등과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 내 산업 보호로 이익을 볼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못지않게 글로벌 경제에 미칠 우려도 커지면서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확정 이후 한국 금융시장에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장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환율 급등으로 한국은행이 고환율의 부담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생겼다. 지난 10월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마저 0.1%에 머물러 경기부진 우려는 오히려 커졌다. 한편 소비자물가는 1%대까지 떨어져 금리 인하 여건은 갖춰져 있으나, 원화환율의 급등이 금융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선거공약대로 미국이 대규모 감세와 관세 인상을 추진할 경우 미국 물가는 오르고 금리인하는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2022년 11월 이후 2년만의 최고치인 1천4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 후 1천400원대 이하로 떨어지기는 하였으나, 달러 강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장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글로벌 성장ㆍ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ㆍ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