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종대 시인     © 울산광역매일

 푸르름이 짙어가고 종달새, 뻐꾸기가 노래하며 장미가 만발하는 `때`가 바로 오월이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제일 일손이 바쁜 `때`다. 이때를 놓치면 모든 한해의 농사는 망치게 되어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갈증이 난다. 어떻게 하면 한해 농사를 잘 지어 수확할지와 또한 좋은 일기가 계속되어 농작물에 큰 지장을 주지 않게 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한 수확한다 해도 시장 가격 형성이 어떻게 될지도 걱정이 아닐 수 없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다. 그런데 올해는 더구나 일손 구하기가 만만찮아 더욱더 농부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쯤이 되면 슬그머니 종식을 감출 때도 되었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 더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근간에는 백신을 접종해야 하나 하지 않아야 하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정부는 백신을 맞은 사람이 사망한 것은 백신 접종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이 백신 접종 후 이상 증세를 일으켜 사지가 마비되고 사망에까지 이르렀다니 불안감이 나돌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백신수급도 논란의 와중에 있다. 정부는 올 초만 하더라도 백신 수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발표했는데 지금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물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백신을 불신하는 일이 생겨 만약 `때`를 놓친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에서는 무조건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권장만 할 것이 아니라 확실한 검증이 되었는지를 알맞아야 할 시기를 잘 선택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과 약학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지난달 삼성 그룹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 가운데 1조원을 감염병 예방과 소아암ㆍ희소 질환 어린이 환자를 위해 사회 환원하기로 했다. 국보 14건과 국내외 작가 미술품 등 총 2만3천여점도 미술관ㆍ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유족이 기부한 7천억원으로, 세계 최고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갖출 수가 있는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천억원, 국립감염병 연구소에 2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 한다. 

 참 통이 큰 기부다.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큰 기부를 조금 일찍 시행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질병이 발병하고 세계를 강타한다는 뉴스가 있고 또한 세계의 과학자들도 이 질병에 대하여 주목을 하며 대책이 시급하다는 보도가 나올 때 바로 이러한 용단을 내렸더라면 세계적인 의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기부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기부하는 사람의 마음자세가 어떠하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굴지의 기업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기부 하고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때와 장소에 따라 기부의 값어치가 달라질 수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보도 후 삼성가에서 기부한 것을 보고 혹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어있으니 형(刑)을 감경하려는 꼼수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베풀었느냐고. 

 이번에 삼성이 내 놓은 기부금은 이병철 창업주나 이건희 회장이 일각에서 생각하는 그런 호화를 누리지 않고 살아생전 힘들여 모은 재산이었다. 이제 그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농사짓는 것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쉬는 것도, 병을 치료하는 것도 기부하는 것도 심지어 죽는 것도 다 `때`가 있는 것이다.